인간관계에서 '시작보다 끝이 좋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만남보다 이별할 때 그 사람의 됨됨이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 레전드 출신 이승엽(46) 두산 베어스 감독이 팬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문의 글을 남겼다. "15년 동안 감사했습니다. 태어나고 자라고 행복과 슬픔을 함께 해온 고향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프로선수 생활 23년간 수없이 많은 격려와 응원 박수는 잊지 못할 겁니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야구장학재단 이사장, KBO 홍보대사 및 기술위원, SBS 스포츠 해설위원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언젠가는 현장으로 복귀하기 위해 야구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외국인 선수를 잘 뽑은 구단에 어떻게 하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지 열심히 공부했고 팜시스템이 잘 갖춰진 모 구단의 퓨처스 구장을 방문해 여러가지 노하우를 받아들였다.
또 미국과 일본의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최신 트렌드를 익혔다. 2019년 9월 미국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양키스 등 메이저리그 구단을 방문하기도 했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게 전부는 아니었다. 훗날 지도자가 되었을 때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트에 빼곡히 적어놨다.
삼성에서 지도자 제안을 받지 못한 그는 두산에서 현장 복귀의 꿈을 이루게 됐다. 그동안 쌓아놓은 노하우를 온전히 쏟아부을 계획.
이승엽 감독은 "은퇴 후 현장을 떠나 있으면서 필드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마음이 두산 베어스에게 전달이 된 거 같습니다. 필드를 떠나 있으면서 선수 때 못 느낀 걸 많이 보고 배우며 많은 분들을 사귀면서 인생에 대해서 공부가 많이 된 거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또 "삼성 라이온즈 팬들께 응원해달라는 말씀은 못 드리겠네요. 현재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이온즈 파크에서 첫 경기를 하게 되면 이상한 기분이 들겠지만 정중히 인사 한번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두산 베어스의 승리를 위해 뛰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사람 일 모른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이승엽 감독은 마지막으로 "팬 여러분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습니다. 이게 반복되는 게 인생살이죠. 두서없이 일요일 아침에 글 올려봅니다.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받았던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글을 마쳤다.
팬들에게 마지막까지 진심과 예의를 갖춘 이승엽 감독. 삼성 팬들은 이승엽이라는 대한민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를 응원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