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를 이긴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는 공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도 유효할까. 역대급 이변을 연출하며 다저스 공포증을 극복한 샌디에이고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 꿈이 조금씩 무르익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4차전에서 다저스에 5-3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 패배 후 2~4차전을 내리 잡으며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다저스를 제압했다. 올해 111승으로 리그 최다승을 거둔 다저스를 4경기 만에 격침한 것이다.
정규시즌 89승의 샌디에이고는 다저스에 22승이나 뒤진 팀이었다. 시즌 맞대결에서도 5승14패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 8월25일부터 10연패 포함 다저스전 최근 28경기에서 5승23패로 승률이 1할7푼9리에 불과했다. 4번의 3연전 싹쓸이 패배 포함 9연속 루징시리즈로 다저스만 만나면 힘을 못 썼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101승을 거둔 뉴욕 메츠를 2승1패로 꺾더니 NLDS에서 다저스마저 4경기 만에 무너뜨렸다. NLCS 진출이 확정된 순간, 샌디에이고 선수들은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펄쩍 뛰면서 기뻐했다. 2015년부터 샌디에이고에 몸담은 외야수 윌 마이어스는 “8년간 다저스에 너무 많이 졌다. 오늘 승리는 그동안 이 모든 것을 가치있게 만든다”며 감격했다.
수년간 다저스 잡기에 혈안이었던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다저스는 높은 기준을 세운 팀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단계가 몇 개 더 남아있지만 다저스를 통과하지 않고선 원하는 곳에 갈 수 없을 것이다”며 월드시리즈 우승에 있어 가장 큰 산이었던 다저스를 넘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포스트시즌에선 다저스를 이긴 팀들이 정상에 올랐다. 2016년 NLCS에서 다저스를 4승2패로 누른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숙원을 풀었고, 2017~2018년에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만난 다저스를 각각 4승3패, 4승1패로 꺾고 다저스타디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9년에도 NLDS에서 다저스를 3승2패로 이기며 이변을 연출한 워싱턴 내셔널스가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 쾌거를 이뤘다. 2020년 단축 시즌에는 다저스가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한풀이를 했고, 지난해에는 NLCS에서 다저스를 4승2패로 제압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26년 만에 정상 등극했다.
다저스와 천적 관계를 끝낸 샌디에이고도 이 공식을 이어가기 위해선 두 관문이 남아있다. 당장 NLCS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넘어야 한다. 우승을 섣불리 장담할 수 없지만 올 가을 샌디에이고의 기세가 워낙 좋아 기대감이 점점 부푼다. 젊은 선수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다. 투수력도 안정돼 있어 단기전에서 충분히 일낼 전력을 갖추고 있다. 경험 많은 밥 멜빈 감독의 존재도 든든하다.
지난 1969년 창단한 샌디에이고는 올해로 54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다. 텍사스 레인저스, 밀워키 브루어스, 시애틀 매리너스, 콜로라도 로키스, 탬파베이 레이스와 함께 아직 우승을 해보지 못한 6개팀 중 하나다. 1984년, 1998년 두 차례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뉴욕 양키스에 각각 1승4패, 4패로 지며 준우승했다.
김하성도 프로 데뷔 후 아직 우승 반지를 손에 끼어보지 못했다. 2014~2020년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7년을 뛰며 한국시리즈에 두 번 나갔지만 준우승에 만족했다. 샌디에이고와 김하성 모두 첫 우승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한편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잠수함 투수 김병현이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갖고 있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 멤버로 2개의 반지를 소유하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