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19년 통산 1435승을 거둔 베테랑 밥 멜빈(61)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감독의 믿음이 통했다. 번트를 대려던 김하성(27)에게 강공 사인을 냈고, 추격의 1타점 2루타가 나와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감독의 믿음과 이에 보답한 김하성의 기막힌 하모니였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4차전. 다저스 선발 타일러 앤더슨에게 막혀 6회까지 0-3으로 끌려다니던 샌디에이고가 7회 다저스 불펜 공략에 나섰다.
주릭슨 프로파의 볼넷에 이어 트렌트 그리샴과 오스틴 놀라의 연속 안타로 첫 득점을 냈다. 계속된 무사 1,3루 찬스에서 김하성이 들어섰다. 김하성은 초구에 번트 동작을 취했다. 다저스 내야 수비도 번트를 생각했는지 위치를 앞당겼다. 하지만 2구째부터 김하성이 타격 자세로 바뀌었다. 이어 볼카운트 2B-1S에서 옌시 알몬테의 4구째 몸쪽 낮은 싱커를 받아쳤다.
바운드된 타구가 3루수 맥스 먼시 옆으로 빠지면서 좌익선상으로 흘렀다. 아주 잘 맞은 정타는 아니었지만 코스가 좋았고, 타구 속도도 93.1마일(149.8km)로 힘이 실렸다.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온 사이 김하성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에 들어갔다. 김하성이 2루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한 이 순간 멜빈 감독도 승리를 확신했다.
‘MLB.com’에 따르면 멜빈 감독은 “김하성은 번트를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난 그의 번트를 원치 않았다. 공격이 계속 이어지길 원했다”며 “김하성의 타구가 라인을 타고 빠질 때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멜빈 감독은 희생 번트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소모하는 것보다 김하성의 타격에 기대를 걸고 공격 흐름이 이어지길 바랐다. 번트를 잘 대지 않는 메이저리그이지만 1점이 중요한 가을야구는 상황에 따라 번트도 댄다. 1번 김하성 다음에 중심타선이라 충분히 번트가 나올 수 있었다. 이 타석 전까지 3타수 무안타로 타격감도 썩 좋지 않았지만 멜빈 감독은 김하성의 방망이를 믿었다. 2점차로 뒤져 역전을 위해선 다득점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다.
김하성이 멜빈 감독의 믿음에 멋지게 보답하면서 샌디에이고가 분위기를 탔다. 2-3으로 턱밑 추격하며 이어진 무사 2,3루에서 후안 소토가 1타점 우전 적시타를 치려 3-3 동점을 만든 샌디에이고는 2사 2,3루에서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2타점 중전 적시타로 5-3 역전에 성공했다.
7회 5득점으로 빅이닝을 몰아치며 5-3으로 역전승, 순식간에 다저스를 집어삼켰다. 1차전 패배 후 단숨에 3연승으로 역대급 업셋을 이뤄냈다. 정규시즌 89승을 거둔 샌디에이고는 팀 역대 최다 111승을 올린 다저스보다 22승이나 부족했지만 이번 NLDS에서 이 격차를 극복했다. 시즌 때 23승 차이로 뒤졌던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시카고 컵스를 4승2패로 꺾은 1906년 월드시리즈 이후 가장 큰 포스트시즌 대이변이 연출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