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까지 스코어 보드에는 ‘0’이 빼곡히 들어찼다. 포스트시즌 최초 양 팀 통틀어 17이닝 무득점 경기. 한 치의 양보 없는 역대급 투수전이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시애틀 매리너스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3차전에서 연장 17회까지 0-0 승부를 벌였다.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 진기록. 양 팀 도합 42개의 삼진도 포스트시즌 단일 경기 최다 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경기가 17회까지 0-0으로 이어진 것은 이날 경기가 처음이었다. 종전 최다 기록은 14회로 얼마 전에 있었다. 지난 9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이 14회까지 0-0 승부였다. 15회말 오스카 곤잘레스의 끝내기 솔로 홈런이 터진 클리블랜드가 1-0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2승으로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만에 이번에는 무려 17회까지 0-0 투수전이 벌어졌다. 18회 휴스턴 선두타자 제레미 페냐의 솔로 홈런이 0의 균형을 깨는 첫 득점이자 이날 경기 유일한 점수였다. 지난 2001년 10월19일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 이후 무려 21년 만에 시애틀에서 열린 가을야구는 연장 18회 휴스턴의 1-0 승리로 끝났다. 무려 6시간22분이나 걸린 혈전. 포스트시즌 역대 3번째로 긴 경기 시간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선발들이 투수전 흐름을 만들었다. 시애틀 신인 조지 커비가 7이닝 6피안타 2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애틀 강타선을 봉쇄했다. 시애틀 신인 투수가 포스트시즌을 7이닝 무실점으로 막은 건 커비가 최초. 큰 경기에 강한 휴스턴 선발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도 6이닝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선발들이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서 불펜 싸움으로 넘어갔다. 양 팀 모두 기회는 있었다. 휴스턴은 8회 2사 2루, 9회 1사 1,2루 기회에서 결정타가 터지지 않았다. 시애틀도 8회 2사 2루를 날리더니 9회 1사 1,2루 끝내기 찬스를 놓쳤다. 연장에 들어가서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최초로 0-0 상황에서 연장 15회를 맞이하더니 17회까지 계속 됐다.
18회 페냐의 홈런이 아니었다면 포스트시즌 최초로 19회까지 넘어갈지도 몰랐다. 18이닝 경기는 포스트시즌 역대 최장 타이 기록으로 이날이 4번째였다. 앞서 2005년 휴스턴-애틀랜타의 NLDS 4차전, 2014년 샌프란시스 자이언츠-워싱턴 내셔널스의 NLDS 2차전, 2018년 LA 다저스-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3차전이 18이닝까지 갔다.
페냐의 홈런도 기록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신인 선수가 연장전에 홈런을 기록한 것은 이날 페냐가 역대 3번째.
아울러 이날 경기에는 총 42개의 삼진이 나왔는데 이 역시 포스트시즌 단일 경기 최다 기록이다. 지난 9일 클리블랜드-탬파베이 와일드카드 2차전 39개를 넘어 포스트시즌 첫 40삼진 이상 경기였다. 정규시즌에선 지난 2019년 9월25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경기에서 나온 19이닝 48삼진이 최다 기록. 이날 휴스턴 투수들이 22개, 시애틀 투수들이 2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반면 볼넷은 휴스턴이 3개, 시애틀이 1개만 허용해 18이닝 동안 4개에 불과했다. 그만큼 투수들의 공이 좋았다.
휴스턴 8명, 시애틀 10명으로 양 팀 통틀어 총 18명의 투수들이 등판했다. 휴스턴은 14회부터 선발 자원 루이스 가르시아가 마운드에 올라 경기 끝날 때까지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시애틀도 불펜 가용 자원을 모두 소모한 18회 1사에서 선발 로비 레이를 투입했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1시8분 낮에 시작한 경기는 해가 진 저녁 7시30분에야 끝났다. 경기 시간은 6시간22분. 역대급 투수전의 승자가 된 휴스턴은 시리즈 전적 3승으로 시애틀을 제압, 6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