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홈런타자 출신 감독과 과거 팀 타율 1위를 이끈 타격코치가 뭉쳤다. 자연스럽게 115억 거포 김재환(34·두산)의 부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올 시즌 창단 첫 9위 및 최다패(82패) 수모를 겪은 두산. 부진 원인 중 하나는 4번타자 김재환의 침묵이었다. 시즌에 앞서 KBO리그 역대 FA 총액 3위에 해당하는 4년 115억원에 두산에 잔류했지만 128경기 타율 2할4푼8리 23홈런 72타점 OPS .800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슬럼프가 장기화되며 8월까지 타율이 2할대 초반에 머물렀고, 9월부터 간신히 타격감을 되찾으며 3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지만 이미 팀의 포스트시즌행이 좌절된 뒤였다.
잠실거포의 부진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중심을 잡아야할 4번타자가 침묵하며 클린업트리오의 무게감이 확 떨어졌고, 이는 타선 전체가 무기력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김태형 전 감독은 시즌 내내 “(김)재환이가 역할을 하지 못하니 어린 선수들까지 힘을 내지 못한다”라고 아쉬워했다. 한때 막강 화력을 뽐냈던 두산 타선은 2022시즌 팀 홈런(101)과 장타율(.365)이 모두 리그 8위에 그쳤다.
최악의 시즌을 보낸 두산은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렸던 이승엽 KBO 총재특보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파격을 택했다. 여기에 2018시즌 베어스 타격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고토 고지 코치를 타격코치로 영입하며 공격야구의 부활을 선언했다. 자연스럽게 김재환의 부활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승엽 감독은 자타공인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 홈런타자다. 통산 홈런 1위(467개),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홈런 1위(56개)를 비롯해 최연소 100홈런(22세 8개월 17일), 최연소·최소경기 200홈런(24세 10개월 3일, 816경기), 최연소·최소경기 300홈런(26세 10개월 4일, 1,075경기), 7시즌 연속 시즌 30홈런 등의 다양한 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KBO 홍보대사 시절 한국야구의 거포 기근 현상에 늘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팬들의 관심을 얻으려면 류현진, 박찬호와 같은 특급 투수도 필요하지만 매일 경기에 나가 홈런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나와야 한다”라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40개 홈런왕이 아닌 50~60개를 칠 수 있는 홈런왕이 탄생해야 한다. 그래야 야구가 국민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체형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일본 스타일이 맞다. 동양적인 폼이 어울린다. 메이저리그 강타자보다는 일본 강타자를 참고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토 코치의 복귀 또한 반갑다. 지난 2018시즌 고토 코치가 이끈 두산 타선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팀 타율 3할대(3할9리)를 기록했다. 여기에 안타(1601), 득점(944), 타점(898), 장타율(.486), 출루율(.376), OPS(.862) 1위, 홈런 4위(191) 등 각종 타격 지표 상위권을 독식했다.
당시 두산은 양의지(3할5푼8리), 김재환(3할3푼4리), 최주환(3할3푼3리), 박건우(3할2푼6리), 허경민(3할2푼4리), 오재원(3할1푼3리), 김재호(3할1푼1리) 등 3할타자를 대거 배출했는데 특히 김재환이 139경기 타율 3할3푼4리 176안타 44홈런 13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정규시즌 MVP의 영예를 안았다. 고토 코치 아래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김재환이었다.
두산은 2023시즌 역시 김재환이 4번을 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호세 페르난데스와의 재계약이 불투명한 가운데 새 외국인타자로 거포를 물색할 수도 있지만 김재환은 늘 두산의 4번을 맡아왔고, 김재환이 4번에서 홈런을 펑펑 날릴 때 비로소 타선의 공격력이 극대화됐다. 김재환은 과연 이승엽 감독과 고토 코치 아래서 과거 홈런왕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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