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은 떠났지만 감독은 남았다. 그러나 여전히 입지가 위태롭다.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부는 가운데 카를로스 수베로(50) 한화 감독이 마무리캠프를 맞이한다.
한화는 지난 13일 손혁 신임 단장을 선임하면서 정민철 전 단장이 팀을 떠났다. 3년 임기 만료에 따른 작별이지만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는 성격이 강했다. 부임 후 선수단 개편과 2군 시스템 구축으로 리빌딩에 온힘을 쏟은 정 전 단장이지만 시즌을 마치기 전부터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비쳐왔다.
단장은 바뀌었지만 감독은 아직 남았다. 한화 구단 최초 외국인 사령탑으로 선임된 수베로 감독은 3년 계약을 맺었지만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10위로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전년 대비 승률(.371→.324)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수베로 감독 지도력에 의구심도 커진 상태다.
첫 해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결과보다 과정이 높이 평가됐다. 그러나 올해 시프트 효율이 떨어졌고, 투타 주축 선수들의 성적이 하나같이 하락했다. 2년간 별다른 보강 없이 허약한 전력으로 싸워야 했다는 점에서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지만 성적 자체를 떠나 내년 시즌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느슨해진 선수단 기강과 분위기를 두고도 부정적인 평가들이 나왔다.
내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수베로 감독 거취를 놓고 여러 의견을 청취 중이다. 다소 어수선한 상황이긴 하지만 17일 대전에서 열릴 마무리캠프는 수베로 감독 체제로 시작한다. 김서현을 비롯해 내년 신인 10명과 최고참 정우람까지 총 45명의 선수들이 내달 23일까지 38일간 1군 마무리캠프를 소화한다.
수베로 감독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번 마무리캠프는 6일 훈련, 1일 휴식 일정으로 타이트하게 진행된다. 월요일 훈련은 오후에 시작하고, 토요일 훈련은 오전까지 하는 식으로 훈련 시작과 끝은 여유를 뒀지만 지난해 마무리캠프가 3일 훈련, 1일 휴식으로 널널하게 치러진 것과 큰 차이. 훈련일 자체가 늘었고, 훈련의 강도 또한 높을 전망이다.
수베로 감독은 시즌을 마치기 전 “이번 마무리캠프에는 굉장히 큰 훈련이 있을 것이다. 컨디셔닝에도 많은 시간을 쓰겠지만 수비 강화에 중점을 두고 진행할 것이다. 누가 봐도 아웃인 타구는 아웃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본적인 포구 훈련은 물론이고 내외야가 함께하는 중계 플레이와 더블 플레이 확률을 높이는 연습을 디테일하게 할 것이다”며 강훈련을 예고했다.
올해 한화는 팀 실책이 134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역대로 봐도 지난 1992년 쌍방울의 역대 한 시즌 최다 135개에 1개 모자란 기록으로 수비가 크게 무너졌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훈련량 부족에 대한 지적이 있어왔고, 수베로 감독도 이번 마무리캠프에선 훈련 강도를 높이는 쪽으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내년에는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한다는 것을 수베로 감독도 알고 있다. 그는 “2년 전 감독 계약을 제안받고 대화를 나눌 때 나의 가슴을 뜨겁게 한 단어가 리빌딩이었다. 지금도 그 사명감은 잃지 않았다”면서도 “2년간 선수 개개인들은 계속해서 성장했고, 팀으로서 토대는 충분히 다졌다. 이제는 선수 개개인 능력을 한 군데로 모으는 데 집중하겠다. 그러면 결과도 따라올 것이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