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그가 돌아온다. 또 다시 반짝이는 ‘빨간 귀’의 시간이 됐다.
이번 PS 최고의 화제는 ‘귀(耳)’다. 와일드카드 3차전(한국시간 10일). 벼랑 끝에 몰린 벅 쇼월터(메츠)의 몽니였다. 갑자기 경기를 중단시킨다. 심판들에게 슬쩍 한 마디를 건넨다. “저 투수 검사 좀 한 번….”
고소 고발 건이다. 어쩔 수 없이 압수수색이 벌어졌다. 글러브, 손바닥 이상무. 그리고 조금 뜸을 들인다. 뭔가 양해를 구하는 표정이다. 이윽고 눈길이 향한 곳은 귀였다. 그러고 보니 유난히 빨갛다. 게다가 반짝거리기도 한다. 심판의 손길은 세심하다. 어색한 어루만짐은 무혐의 결론이다.
SNS를 들끓게 한 사건이다. 톱스타 한 명이 참전했다. 앤드류 매커친이다. 피츠버그 시절 팀 동료다. 그는 트위터에 이런 의견을 올렸다. “내가 보증한다. 저건 레드 핫을 바른 탓이다. 집중력을 위해서 그걸 쓰는 투수들이 있다. 끈적거리는 것은 아니다.”
레드 핫(Red Hot). 이전 글에서는 매운 소스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착오였다. 바르는 바셀린의 일종이다(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 제조사 제품 소개는 이렇게 돼 있다.
‘근육통, 관절통, 관절염 통증 등에 온기를 제공하는 활성 성분 올레오레진 고추가 함유된 바셀린 기반 진통제. 냄새가 없고, 바르기 쉽다. 워밍업을 돕고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 후 사용을 권한다.’
바셀린을? 귀에? 근육통이 생기는 자리도 아다. 그것도 후끈거리는 걸 왜 바를까. 아마도 나름의 루틴일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고, 또렷한 집중력을 지키려는 간절함이리라. 과거 팀 메이트는 그걸 알고 있었다.
이건 애교 수준이다. 354승 투수 로저 클레멘스는 훨씬 기괴하다. 양키스 트레이너였던 스티브 도나휴는 이런 얘기를 전했다. “경기전 가장 뜨거운 온도로 맞춘 월풀에 들어간다. 한참 후 빨갛게 익은 랍스터 같은 모습으로 나와서, 끔찍한 작업을 계속한다. 가장 화끈거리는 바셀린을 고환 주변에 잔뜩 문지른다. 그리고는 황소처럼 씩씩거린다. 비로소 던질 준비가 된 것이다.”
조 머스그로브는 샌디에이고 인근 엘 카훈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파드레스의 팬으로 자랐다. 그의 기억이다. “부모님과 퀄컴(펫코 파크의 당시 이름)으로 구경 갔을 때다. 경기 전 필 네빈(현 에인절스 감독)의 연습 배팅을 보는데, 타구가 근처로 날아왔다. 공을 주우려고 다른 아이와 경쟁이 붙었다. 내가 먼저 잡았는데, 뺏어가려고 하길래 주먹으로 한 대 쳤다. 맙소사. 그걸 본 안전요원에게 경기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지난 해는 노히터(4월9일 텍사스전)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올 6월까지 7승 무패의 사이영상 페이스를 보였다. 덕분에 8월에는 5년 1억 달러의 연장계약을 얻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다저스전 성적이다. 두어 차례 호투도 있었지만 승리와는 인연이 없다. 이제까지 9경기에 나가 6패만을 안았다(ERA 4.04). 어린 시절 ‘주먹질→퇴장’의 나쁜 기억도 바로 다저스 전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파란 유니폼과 만난다. NLDS 4차전(한국시간 16일 오전 10시 37분). 상대는 1승 2패의 벼랑에 몰렸다. 메츠에 이어 또 한번 100승 팀을 탈락시킬 것인가. 다시 빨간 귀의 시간이 다가온다.
칼럼니스트 /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