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초보 감독을 명장으로 탄생시킬 때처럼 해야 한다
-외부 FA 영입 등 전력 강화에 힘을 써야할 시기
여전히 여진이 대단하다. 일부에서는 ‘가을야구 잔치’에 재가 뿌려질만큼 충격이라고들도 한다. 그만큼 프로야구계는 물론 스포츠계에서도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다.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 3회 우승에 빛나는 ‘명장’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는 대신 삼성 라이온즈의 레전드이자 ‘국민타자’로 명성을 날린 이승엽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 야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두산과 삼성 팬들은 물론 프로야구계 전체, 나아가 다른 스포츠계에도 깜짝 뉴스였다.
두산이 이처럼 파격적인 발탁을 한 배경은 무엇일까. 타구단 레전드이자 코치 경험도 없는 이승엽을 선임한 것은 ‘그의 야구 철학’을 높이 샀다는 이유말고도 그만큼 성적을 낼 자신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도자 경험이 없는 이승엽 감독을 잘 보좌하고 지원해서 올 시즌 9위로 떨어져 상한 자존심을 빠른 시일내에 회복한다는 복안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타자’ 이승엽에게 역대 신인 감독 최고대우(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 등 총액18억원)를 해가면서 영입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금까지 10개 구단 중 유망주를 잘 키워내는 구단으로 일명 ‘화수분 야구’로 통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명문구단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유망주 발굴만 가지고서는 이룰 수 없다. 더욱이 두산 2군은 대어급 유망주도 많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구단주를 비롯한 프런트가 FA 시장과 외국인 스카우트에서 역량을 발휘, 신임 감독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두산은 이미 한 번 FA 시장에서 깜짝 영입으로 그 효과를 톡톡히 본 경험이 있다. 2015년 초보인 김태형 감독을 선임한 후 당시 리그 최고 좌완 선발이었던 장원준을 4년 84억원이라는 최고 금액으로 잡아 김 감독에게 선물했다.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안긴 선물로 김 감독은 계약기간 첫 해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시대를 열었다. 장원준 영입 후 두산이 외부 FA를 잡지는 않았다. 대신 김현수(LG), 이용찬, 박건우(이상 NC) 등을 줄줄이 타구단에 보냈다.
올해는 아쉽게도 FA 시장에 장원준에 버금가는 특급 선발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야수에서는 두산 출신의 포수 양의지가 다시 한 번 각광받는 등 잡을만한 대어급들이 몇 명 있다. 김태형 감독 때처럼 신임 이승엽 감독이 빛나기 위해서는 팀전력에 보탬이 될만한 선수들을 적극 영입해야 한다.
한 야구계 인사는 “한국야구의 보물같은 ‘국민타자’을 영입했으므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 감독은 아직 선수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약점들을 메워주려면 구단이 매년 FA 선수를 붙잡는 등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야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동행을 하게 된 두산과 이승엽 감독이 끝까지 웃으면서 함께 하려면 두산 구단의 물심양면의 전폭적 지원과 이 감독의 지략이 빛을 내야 한다. 두산은 김태형 초보 감독을 명장으로 만든 것처럼 그만한 역량이 충분한 구단이다. 일단 코칭스태프 구성에 있어서 이 감독을 보좌할 수석코치에 삼성 시절 함께 했던 김한수 전 감독을 영입하는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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