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고우석, ‘투수’ 이대호의 추억...“다리가 둥둥둥”, “홈런 치고 싶었는데…”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2.10.15 06: 13

 이대호의 은퇴경기, 경기 도중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대호를 상대하러 대타로 출장한 고우석은 진심으로 ‘홈런’을 노렸다고 했다.
고우석은 14일 잠실구장에서 플레이오프를 앞둔 팀 훈련에 참가했다. 훈련 후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대호 은퇴경기에서 ‘타자 경험’을 털어놨다.
지난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LG-롯데전. 이대호의 선수 마지막 경기였다. 8회초 이대호가 스페셜 이벤트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고, LG는 이에 맞서 투수 고우석을 대타로 기용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8회초 투수로 나와 LG 트윈스 고우석을 상대하고 있다. 2022.10.08 / foto0307@osen.co.kr

류지현 LG 감독은 ‘투수' 이대호 상대로 리그에서 가장 강한 마무리 투수가 타자로 나가면 좋을 것 같았다며 고우석을 내세웠다.
고우석은 이대호의 4구째 직구(127km)를 때렸는데 투수 땅볼로 아웃됐다. 이대호가 재빠른 반사 신경으로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져 아웃시켰고, 이후 고우석과 서로 웃으며 악수하고 포옹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8회초 투수로 나와 LG 트윈스 고우석을 투수 앞 땅볼로 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 2022.10.08 / foto0307@osen.co.kr
그런데 당시 류지현 감독은 고우석이 혹시라도 부상을 당할까봐 타격을 하지 말라고 쳐다보기만 하라고 신신당부 했다.
고우석은 당시를 떠올리며 “덕아웃에서 나갈 때까지, 웨이팅 서클(대기 타석)까지도 (감독님이) 계속 치지 말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머리 속으로는 초구를 확인하고, 2구째 승부 걸어야지 이 생각 밖에 없더라”라고 말했다. 특유의 성격이 감독의 당부를 외면했다. 
이어 “타격하는 것을 꿈꿔왔다. 타석 들어가서 투수의 공을 한 번 느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투수와 달리 타자의 경험은 미묘했다. 고우석은 “공이 빠르고 이런 걸 떠나서, 만원 관중 앞에서 투수로 올라갈 때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타석에 들어서니까 다리가 둥둥둥 거리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던지고 할 때는 안 그랬는데, 타석에서는 좀 많이 떨리더라”고 색다른 경험을 언급했다.
큰 타구, 홈런까지 내심 노렸다. 고우석은 “마음 속으로는 하나 걸려 가지고 넘겨버리고 싶었다. 칠 거면 제대로 치고 싶었다. 그런데 그림이 만들어지려니까 투수 쪽으로 타구가 가더라. 처음 스타트는 전력 질주 했는데, 잡자마자 포기했다. 됐다 싶어서 배트를 돌렸는데 잡히니까…”라고 여전히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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