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사령탑’ 이강철 감독의 안목은 정확했다.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이 불펜으로 변신해 제 몫을 해내며 새로운 가을 조커의 탄생을 알렸다.
벤자민은 지난 1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포스트시즌 첫 홀드를 신고했다.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끈 값진 구원이었다.
벤자민은 3-2로 근소하게 앞선 8회 김민수에 이어 팀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대체선수로 팀에 합류해 선발만 줄곧 맡았던 그가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서 셋업맨 중책을 맡은 것이다.
보직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소크라테스 브리토-최형우-김선빈 순의 KIA 중심타선을 상대로 KKK 완벽투를 선보인 것. 최고 144km의 포심패스트볼 아래 슬라이더, 커터를 적절히 곁들이며 3타자 연속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소크라테스, 최형우는 슬라이더, 김선빈은 커터를 결정구로 사용. 벤자민은 김선빈을 풀카운트 끝 삼진 처리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며 경기장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벤자민은 지난 5월 18일 연봉 33만1000달러(약 4억원)에 KT맨이 됐다. 작년 통합우승을 이끈 윌리엄 쿠에바스의 팔꿈치 재활 장기화로 대체 외국인투수를 물색하던 KT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벤자민은 입단 당시 KIA 에이스 양현종과의 인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2021시즌 빅리그 무대를 경험한 양현종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이에 이강철 감독은 옛 제자인 양현종에게 그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이 감독은 “(양)현종이가 벤자민을 적극 추천했다”라고 밝혔다.
벤자민은 데뷔전이었던 6월 9일 고척 키움전 이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지만 보름 뒤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해 17경기 5승 4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17경기 중 11경기서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고, WHIP(1.02), 피안타율(.216) 모두 외국인투수다운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승운이 다소 없었지만 빠른 리그 적응과 함께 최소 6이닝은 책임질 수 있는 투수로 발돋움했다.
이 감독은 가을야구 진출 확정과 함께 좌완 불펜이 부족한 팀 사정을 고려해 벤자민의 불펜 전환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좌완 불펜투수는 심재민 1명뿐이었다.
벤자민은 메이저리그 시절 통산 21경기 중 18경기를 구원으로 나선 불펜 전문 요원이었다. 이 감독 또한 안정적인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를 불펜 벤자민의 강점으로 꼽았다. 이에 포스트시즌 첫 경기부터 벤자민을 전격 불펜 기용했는데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벤자민은 향후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투수로 팀의 2연패 여정을 함께할 전망이다. 올해 키움 상대로 4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78로 상당히 강했고, 키움을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좌타자가 즐비한 LG가 기다리고 있어 벤자민이 요긴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강철 감독은 “벤자민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던졌다. 처음 올 때부터 조커, 필승조 활용을 생각했는데 투구가 괜찮았다”라고 전날 투구를 평가하며 “지금의 퍼포먼스라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왼손이라는 장점에 제구력까지 좋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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