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본즈 이후 오랜만이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쿠바 출신 거포 요단 알바레스(25)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1-2로 끌려가던 6회말 2사 1루에서 좌월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의 4-2 재역전승을 이끌었다.
지난 12일 열린 1차전에서는 9회말 2사까지 5-7로 뒤지고 있었지만 2사 1,2루에서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 등장한 좌완 에이스 로비 레이를 두들겨 끝내기 역전 3점포를 터뜨린 바 있다. 2경기 연속 알바레스는 히어로였다.
알바레스의 뜨거운 방망이 때문에 연출된 진귀한 장면도 있었다. 1차전에 이어 이날 6회 알바레스 트라우마를 겪은 시애틀은 8회말 2사 후 제레미 페냐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1루 위기에 몰렸다. 2사 1루에서 알바레스를 맞이하게 된 시애틀은 지레 겁을 먹었다. 스캇 서비스 감독은 손가락 4개를 펼쳐 보이면서 알바레스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1루에 주자가 있음에도 알바레스를 거르며 2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어떻게든 승부를 피해보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알바레스 뒤에 버티던 브레그먼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이날 경기의 쐐기타였다.
서비스 감독은 경기 후 MLB.com 등 현지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리즈에서 알바레스에게 큰 피해를 입었다. 그는 현재 가장 뜨거운 타자다. 그걸 알고 있어야 했다. 휴스턴의 라인업을 어떻게 무사히 넘기고 싶은지, 조심해야 할 타자들을 상대로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항변했다. 가장 뜨거운 타자와 대결을 피하려고 했으나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
포스트시즌에서 1루에 주자가 있고 2루 혹은 3루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고의4구가 나온 것은 19년 만이다. 약물 의혹으로 뒤덮여있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 홈런왕인 배리 본즈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이던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주자 1루 상황에서 고의4구를 얻어낸 바 있다.
역대 포스트시즌 기록으로는 6번째, 선수로는 5번째다. 멜 오트(1937년 월드시리즈 5차전), 프랭크 로빈슨(1970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 윌리 스타젤(1979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 배리 본즈(2002년 월드시리즈 6차전, 2003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이어 알바레스가 진기록의 역사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 기록을 가장 최근 달성한 배리 본즈의 당시 소속팀이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은 현재 알바레스의 사령탑인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었다.
베이커 감독은 알바레스의 고의4구 장면에 대해 “배리 본즈와 같은 상황이었다. 그 말인 즉슨, 궁극의 경외심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장면을 여러번 보았지만 배리 본즈 이후로는 오랜만이었다”라고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