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5위의 반란은 없었다. 아무리 4위가 이틀 전까지 총력전은 펼친 뒤 하루밖에 못 쉬었다 해도 10.5경기의 승차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1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첫 번째 맞대결.
경기를 앞두고 2015년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5위가 4위를 꺾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IA는 지난 7일 광주 KT전 승리로 5위를 확정지은 뒤 닷새 동안 여유롭게 시리즈를 준비한 반면 KT는 3위를 줄곧 유지하다가 11일 잠실 LG전 충격의 끝내기 역전패로 4위가 됐기 때문이다. KT는 12일 하루밖에 쉬지 못하고 이날 경기에 나섰다.
전날 휴식을 가진 KT와 달리 KIA는 성균관대학교 야구장에서 가벼운 훈련을 진행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선수단의 자신감은 넘쳤다. 현장에서 만난 김종국 감독은 “사실 처음에는 KT보다 키움을 더 신경 썼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광주에서 두 팀의 선발과 타자를 동시에 분석했다”라며 “소형준도 예상했던 선발이고, 데스파이네가 중간에 나오는 부분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고 힘줘 말했다.
다만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후 5위가 4위를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5위팀이 1차전을 승리해 2차전까지 간 것도 2016년 KIA, 2021년 두산 등 두 차례뿐이었다. KIA가 아무리 각종 유리한 조건을 등에 업었다고 해도 2승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반대로 KT는 1차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했다.
결국 올해도 5위의 반란은 없었다. 1차전만큼은 KIA의 승리를 점치는 전문가가 제법 있었지만 4위의 힘은 예상보다 강했다.
KT는 3회 선두 배정대의 볼넷과 심우준의 안타로 맞이한 1사 1, 2루서 조용호의 2타점 선제 2루타, 앤서니 알포드의 1타점 적시타를 묶어 단숨에 3-0 리드를 잡았다. 이 때 우익수 나성범의 치명적인 포구 실책까지 발생, 분위기를 확실히 가져왔다.
KIA는 4회 1사 1, 3루서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1타점 적시타와 5회 2사 2루서 투수의 포구 실책에 따른 박찬호의 득점으로 1점 차 추격을 가했지만 동점을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3회 내준 3실점 여파가 예상보다 컸고, 웨스 벤자민까지 불펜으로 출격시킨 KT 마운드의 총력전을 넘지 못했다.
KT는 추가점이 절실했던 8회 볼넷 3개로 얻은 만루 찬스서 배정대의 3타점 싹쓸이 2루타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KT는 결국 KIA를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1승 무패로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반면 사상 최초 5위의 업셋을 꿈꾼 KIA는 4위의 벽을 실감한 채 가을을 마무리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는 그야말로 무적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