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두산 베어스는 왕조의 수장의 뒤를 이을 차기 사령탑으로 코치 경력이 없는 이승엽 KBO 홍보대사를 고려 중인 것일까. 그의 어떤 매력에 파격 인사를 단행하려는 것일까.
두산은 지난 11일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김태형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이후 마무리훈련과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해 빠르게 차기 사령탑 인선 작업에 착수했는데 김태형 감독과의 작별 이튿날 이승엽 홍보대사가 두산의 새 감독으로 유력하다는 기사가 포털사이트를 강타했다. 실제로 두산은 새 감독 후보군에 이승엽 홍보대사를 포함시키며 다각도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린 이승엽 홍보대사는 자타공인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다. 통산 홈런 1위(467개),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홈런 1위(56개)를 비롯해 최연소 100홈런(22세 8개월 17일), 최연소·최소경기 200홈런(24세 10개월 3일, 816경기), 최연소·최소경기 300홈런(26세 10개월 4일, 1,075경기), 7시즌 연속 시즌 30홈런 등의 다양한 홈런 관련 기록을 갖고 있다. 이후 지난 2017시즌 KBO리그 첫 은퇴투어를 통해 커리어를 마감했다.
그 동안 지도자 선정에 있어 베어스 프랜차이즈 색채가 강했던 두산. 그러나 왕조를 재건할 적임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베어스와 사실상 연결고리가 없는 이승엽 대사가 눈에 띄었고, 최근 사령탑 선임과 관련한 합의를 어느 정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아직 계약 발표까지 꽤 많은 관문이 남아있지만 두산이 이승엽 홍보대사라는 거물급 인사를 원한 건 팩트다.
이승엽 홍보대사는 은퇴 후 야구계를 떠나지 않고 다방면으로 야구 발전에 기여했다. SBS스포츠 해설위원을 통해 현장 감각을 유지했고, KBO 홍보대사와 기술위원으로 한국야구를 널리 알리고 분석했으며,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야구 예능 프로그램 감독을 맡아 유소년 야구 발전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성공적인 세대교체와 새로운 왕조 구축이 목표인 두산 사령탑에 적합한 커리어를 남긴 셈이다.
두산은 2022시즌 창단 첫 9위 및 최다패(82패) 불명예를 당하며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여기에 이영하가 과거 학교폭력 혐의로 법정 싸움을 진행 중이고, 구단이 2023 신인드래프트서 과거 학교폭력 이력이 있는 김유성을 지명하며 팬심이 식을 대로 식은 상태다. 그런 측면에서 이승엽 홍보대사는 흥행과 떨어진 팬심을 회복할 최적의 카드로 여겨진다.
그러나 프로 무대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물론 장정석 KIA 단장과 허삼영 삼성 전 감독처럼 코치 경험 없이 곧바로 사령탑에 올라 좋은 성적을 낸 케이스도 있지만 이들은 그 전에 구단 프런트에서 오랫동안 팀 내부 사정을 파악했다. 아울러 경험 부족으로 지도자 커리어가 성공적이지 못할 경우 자칫 현역 시절의 영광마저 퇴색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승엽 홍보대사에게 여러 모로 리스크가 큰 자리인 건 맞다.
지난달 MLB 홈런더비 행사에서 만난 이승엽 홍보대사는 프로 무대 지도자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은퇴한지 벌써 5년째가 됐는데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다. 현장에 계신 분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난 그냥 야구인이다. 그것만 말씀드릴 수 있다. 야구를 워낙 좋아해 스케줄이 없을 때는 잠실구장, 라이온즈파크를 직접 찾는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두산의 신임 사령탑 발표는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타자의 지도자 데뷔 여부가 결정되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