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세이브로 현역 최다 세이브를 기록 중인 마무리 투수를 로스터에서 제외한 결정은 결국 옳았던 것일까. LA 다저스가 벌떼 불펜으로 가을야구 첫 관문을 무사히 잡아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가을야구 용병술이 빛을 발휘할 수 있을까.
다저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5-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다저스는 가을야구 첫 경기를 무사히 잡아내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다저스는 역대 5전 3선승제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1차전 승자의 시리즈 승리 확률 71%(144번 중 102번)을 거머쥐었다. 아울러 현재와 같은 2(상위팀 홈)-2(하위팀 홈)-1(상위팀 홈)의 디비전시리즈 포맷에서 1차전 승리팀의 시리즈 승리 확률 72%(47번 중 32번)까지 확보했다.
이날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다저스의 최대 관심은 엔트리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현역 최다 세이브 투수인 크레익 킴브럴을 엔트리에서 제외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지난 시즌까지 다저스의 확고부동한 마무리 투수였던 켄리 잰슨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떠나자 시즌 개막을 앞두고 화이트삭스와의 트레이드로 데려온 킴브럴이었다. 하지만 시즌 내내 들쑥날쑥했고 불안했다. 현역 최다 세이브를 기록한 경험과 위력을 찾을 수 없었다. 63경기 6승7패 22세이브 평균자책점 3.75의 성적을 남겼고 9월부터는 마무리 투수 자리에서 내려왔다. 평범한 불펜 투수 중 한 명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디비전시리즈 엔트리까지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이날 1차전 경기를 앞두고 “킴브럴과 어려운 대화들을 나눴다. 그는 올해 꾸준하지 못한 시즌을 보냈다. 우리에게는 상대와의 매치업에서 더 좋은 투수들이 있다”라면서 킴브럴의 엔트리 제외를 설명했다.
킴브럴 대신 어깨 부상에서 돌아와 시즌 5경기 등판한 블레이크 트레이넨,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 막판 복귀한 더스틴 메이가 투수 엔트리에 합류했다.
일단 샌디에이고와의 1차전 경기에서 킴브럴의 공백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킴브럴은 바로 잊혀진 존재가 됐다. 선발 훌리오 유리아스가 4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펼치다가 5회 3실점을 했다. 유리아스의 투구수가 79개에 불과했지만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로버츠 감독은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철저한 벌떼 불펜 모드였다. 에반 필립스(1이닝 무실점), 마이크 베시아(1⅔이닝 무실점), 브루스더 그라테롤(⅓이닝 무실점), 크리스 마틴(1이닝 무실점) 등 4명이 마운드에 올라와 4이닝을 나눠서 틀어막았다. 4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의 철벽투를 선보였다.
투구수 역시도 적절했다. 베시아 19개, 그라테롤 1개, 마틴 11개 등 연투를 펼쳐도 무리가 없는 갯수를 소화했다. 6회 등판한 필립스가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1이닝 26구로 투구수가 다소 많았다. 그러나 이 역시도 한계를 벗어나는 범위는 아니다.
다저스의 벌떼 불펜 전략에 대해 ESPN의 알든 곤잘레스 기자는 자신의 SNS 계정에 ‘이날 6회초, 샌디에이고 라인업에서 가장 강한 지점에 에반 필립스를 투입한 것으로 다저스의 불펜 전략을 일찌감치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불펜진을 일찍 가동할만큼 충분한 선수층이 있고 9회에도 여전히 양질의 불펜투수가 있다고 느껴진다’라면서 다저스의 불펜 운영에 대해 설명했다.
2루수 가빈 럭스는 이날 불펜진의 퍼포먼스에 대해 “우리팀 불펜을 믿을 수 없다. 일찌감치 리드를 잡으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우리 불펜진이 모두 막아낼 것이기 때문”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가을야구를 꾸준히 진출했고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 로버츠 감독의 가을 용병술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믿음보다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서 결단을 내렸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 없이 버티는 벌떼 불펜 용병술이 다저스의 가을을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