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뭘 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외야수 닉 카스테야노스(30)가 정규시즌 못 했던 밥값을 포스트시즌에서야 하는 것일까. ‘6번 시드’의 기적을 이어가는 맹타를 휘둘렀다.
카스테야노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5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3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7-6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필라델피아는 시리즈 전적 1승을 선점,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꺾고 올라온 기세를 이어갔다.
이날 승리의 결정적인 공헌을 한 선수는 5번 타자로 출장한 카스테야노스다. 카스테야노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필라델피아와 5년 1억 달러(1435억 원)에 FA 계약을 맺고 합류했다. 지난 2020시즌을 앞두고 신시내티 레즈와 4년 6400만 달러의 FA 계약을 맺었고 2년차 시즌이 끝나고 옵트아웃 조항으로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을 얻어냈다. 카스테야노스는 지난해 타율 3할9리 34홈런 100타점 OPS .938의 기록을 남겼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는 등 통산 158홈런을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옵트아웃을 선언하고 계약을 따낸 첫 해 모두의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을 거뒀다. 136경기 타율 2할6푼3리(524타수 138안타) 13홈런 62타점 OPS .694의 기록에 그쳤다. 필라델피아가 감독 중도 교체의 혼란을 수습하고 가을야구까지 오는 과정에서 힘을 크게 보태지 못했다.
세인트루이스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도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는 기선제압을 이끌었다. 1회초 2사 후 J.T. 리얼무토와 브라이스 하퍼의 연속안타로 2사 1,3루의 밥상이 차려졌고 우전 안타를 때려내면서 선제 적시타를 기록했다. 이후 알렉 봄의 적시타까지 이어지며 필라델피아는 2-0 리드를 잡았다.
3회초에도 1사 2루에서 2루타를 치면서 1사 2,3루 기회를 잇게 했고 알렉 봄의 희생플라이, 진 세구라의 적시타가 터지며 팀의 4-1 리드를 이끌었다.
하이라이트는 4회초 타석. 에드문도 소사의 볼넷, 리스 호스킨스의 2루타로 1사 2,3루 기회를 잡았다. 리얼무토가 삼진을 당하며 계속된 2사 2,3루 기회. 여기서 애틀랜타는 하퍼를 자동 고의4루로 내보내고 카스테야노스와의 승부를 택했다. 애틀랜타의 모험이었다.
하지만 애틀랜타의 모험을 보기좋게 빗나가게 만든 카스테야노스의 타격감이었다. 2사 만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자신과의 승부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게 했다. 격차는 6-1까지 벌어졌고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경기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9회 맷 올슨에게 스리런 홈런을 얻어 맞으며 추격을 허용했다. 6-7. 더 이상 출루는 위험했다. 여기서 카스테야노스가 수비에서 한 건 했다. 뒤이어 등장한 윌리엄 콘트레라스의 타구가 빗맞았고 우익수 앞쪽으로 절묘하게 떨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카스테야노스는 몸을 날려서 이 타구를 걷어내며 2아웃을 만들었다. 추가적인 위기 상황을 차단했고 경기는 마무리 됐다.
USA투데이의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자신의 SNS에 ‘정규시즌 동안 카스테야노스가 뭘 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날 3안타 3타점으로 큰 무대에서 빛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카스테야노스의 활약을 성명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