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2023년 시즌, 23홈런 101타점을 기록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0)만 빠지는 게 아니다. 올해 10승 157⅓이닝을 소화해 준 ‘안경 에이스’ 박세웅(27)도 빠질 예정이다. 박세웅의 대체자로 다시 한 번 3년차에 접어들 좌완 특급 유망주 김진욱(20)을 다시 한 번 믿어봐야할까.
박세웅은 올해 28경기 10승11패 평균자책점 3.89(157⅓이닝 68자책점) 146탈삼진 피안타율 2할8푼4리 WHIP 1.34의 성적을 남겼다.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는 확실한 토종 선발 투수였다. 2015년 KT에서 데뷔해서 롯데로 트레이드되어 오며 커리어를 이어왔고 통산 1001이닝을 던졌다(KT 28이닝, 롯데 973이닝). 롯데는 물론 리그 내에서도 박세웅만큼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거의 없었다. 양현종(1294⅔이닝), 유희관(1070⅔이닝)의 뒤를 이었다.여기에 2015년 이후 토종 우완들 가운데서는 가장 많은 이닝이었다.
최근 롯데 마운드, 특히 선발진에서 상수는 언제나 박세웅이었다. 리그 ‘탑 3’의 이닝 소화력을 가진 토종 선발 투수의 공백은 그 누구도 쉽게 채울 수 없다. 하지만 박세웅은 2023년 어쩔 수 없이 팀과 잠시 멀어져야 한다. 올해 국군체육부대(상무) 1차 합격자 명단에 박세웅의 이름이 포함됐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뽑혔지만 노메달에 그쳤고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을 노렸지만 아시안게임은 내년으로 연기됐다. 내년 아시안게임 선발을 노려보는 모험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만 27세로 상무 입대 나이 제한에 걸려있던 박세웅은 그런 모험을 하지 않았다.
이제 2년 간 비워질 박세웅의 자리를 누군가는 채워야 한다. 롯데 마운드는 나름 영건들을 많이 수집했고 성장했다. 최준용, 김도규, 이민석 등 대체적으로 불펜진에 집중되어 있다. 최근 선발진의 영건은 나균안 정도 뿐이다. 이들 외에 과연 박세웅의 공백을 누가 채울지 관심임데, 그럼에도 머릿속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는 김진욱이다.
김진욱은 올해 14경기(12선발) 2승5패 평균자책점 6.36의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다. 시범경기부터 호투하며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쟁취했다. 그리고 기세가 이어졌다. 4월5일 창원 NC전 7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10탈삼진 1실점 호투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또한 롯데 토종 좌완 투수로 두 자릿수 탈삼진은 2014년 장원준 이후 8년 만이었고, 만 20세 이하 롯데 투수들 가운데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3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1992년 염종석(1회), 1994~1995년 주형광(3회) 등 롯데 마운드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드디어 특급 좌완 투수가 선발진에 안착하는 듯 했다. 모두의 기대치가 상승했다. 하지만 첫 승 이후 코로나19 확진을 받았고 돌아온 뒤에도 컨디션을 온전히 되찾지 못했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제구 난조가 반복됐다. 결국 7월 26일 두산전에서 ⅓이닝 2피안타 3볼넷 5실점으로 참사를 기록한 것이 올해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다. 이후 확장엔트리 기간에도 단 2경기 불펜 등판에만 그쳤다.
래리 서튼 감독은 시즌 중 김진욱의 부진에 대해 “원하는 곳에 완벽하게 던질 수 없어도 그 근처에는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김진욱도 노력하고 있다. 모든 선수가 이런 과정을 거친다. 누군가는 한두 달, 1년,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라며 "김진욱은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완벽한 투구를 하려고 하다 보니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듯하다”라고 전한 바 있다. 제구와 멘탈, 포커페이스라는 과제를 올해는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떠나는 이대호 역시 김진욱을 향한 손편지에 “진욱아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이라고 적으며 제구력을 길러서 선발진에 안착하기를 바랐다.
역대급 구위를 갖고 있는 투수인 것은 분명하다. 이 구위를 극대화 시켜야 하는 게 롯데와 김진욱의 가세다. 장기적으로 김진욱의 구위를 불펜투수로 한정해서 활용하기에는 아깝다. 언젠가는 선발 한 자리를 맡아줘야 하고, 그 시작이 내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박세웅의 공백을 채우면서 또 한 명의 토종 선발이 탄생하기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