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해냈지만 결국 재계약은 없었다. 계약 마지막 해 9위에 그치며 8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명장은 645승 19무 485패라는 큰 족적을 남기고 그렇게 팀을 떠났다.
두산은 지난 11일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공식 발표하며 왕조를 이끈 수장과 작별을 택했다.
발표 후 OSEN과 연락이 닿은 김 감독은 덤덤한 목소리로 “오늘(11일) 오전 11시에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나왔다”라며 “그 동안 계속 우승과 준우승을 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두산에서 8년 지휘봉을 잡으며 많은 것을 느꼈고 반성했다. 야구 커리어에 있어서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라고 두산과 8년 동행을 마친 소회를 밝혔다.
김 감독은 두산 왕조 시대를 활짝 연 장본인이다. 부임 첫해(2015년)부터 작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썼고, 그 사이 통합우승 2회(2016, 2019), 한국시리즈 우승 3회(2015, 2016, 2019)를 이끌었다. 김 감독의 통산 성적은 1152경기 647승 486패 19무 승률 .571에 달한다. 김응용(1554승), 김성근(1388승), 김인식(978승), 김재박(936승), 강병철(914승), 김경문(896승), 김영덕(707승), 류중일(691승)에 이은 최다승 9위다.
김 감독은 별다른 FA 보강 없이 지금의 위닝팀 두산을 만들었다. 오히려 연례행사와 같은 전력 유출에도 특유의 육성 능력을 발휘해 매년 꿈의 무대를 밟았다. 선물 받은 FA는 부임 첫해 장원준이 유일하며, 이후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 최주환, 오재일, 이용찬, 박건우 등 주축 선수들이 연이어 팀을 떠났지만 새로운 주전 선수들을 매 년 키워내며 왕조의 수명을 7년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부임 8년차인 올해는 왕조의 근간인 화수분야구가 좀처럼 발휘되지 않았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명장도 잇몸야구에 한계를 느끼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믿었던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부진, 이영하가 학교폭력 혐의로 이탈하고, 김재환, 정수빈, 김재호 등 고액 연봉자들이 집단 슬럼프를 겪는 악재가 겹치며 60승 2무 82패 9위로 씁쓸하게 시즌을 마쳤다.
재계약에 실패한 김 감독은 “아마 스스로 그만두려는 감독은 없을 것이다”라며 “올해 9위로 시즌을 마쳐 팬들에게 죄송했고, 그래서 명예회복도 하고 싶었는데 구단 방침이 따로 있었다. 내가 재계약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떠나는 와중에 8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베어스 제자들을 향한 진심 어린 조언도 남겼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그 동안 해왔던 대로 너무 잘하고 있다. 다들 열심히 한다. 앞으로도 부상 없이 두산 베어스 선수라는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산 팬들을 향해 “8년 동안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성원을 잊지 않겠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감독은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향후 거취를 물색할 계획이다. 8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에 쉬게 된 김 감독은 “일단은 조금 쉬어야할 것 같다. 다른 팀 감독은 기회가 되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은 마무리 훈련과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해 빠른 시일 내 새로운 감독을 인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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