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불혹을 넘었지만 실력은 죽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살아있는 전설, 통산 195승이자 올해 11승을 거둔 우오나 투수 아담 웨인라이트(41)가 은퇴를 고심 중이다. 현역 은퇴와 연장을 놓고 양가적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조만간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웨인라이트가 은퇴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웨인라이트는 "모두가 내게 은퇴 여부를 물어본다. 어떻게 될지 보자. 무슨 일이 생기면 곧 알게 될 것이다"며 "일이 없으면 그동안 즐거웠고, 세인트루이스에 감사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메이저리그 데뷔한 웨인라이트는 올해까지 17시즌 모두 세인트루이스에만 몸담고 있는 원클럽맨이다. 통산 457경기(390선발)에서 2567.1이닝을 던지며 195승117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3.38 탈삼진 2147개를 기록했다. 두 번의 20승 포함 두 자릿수 승수만 12시즌이나 되는 꾸준함의 대명사.
최근 2년 연속 1년 단기 계약을 맺고 선수 생활을 연장한 웨인라이트는 나이를 잊은 활약을 이어갔다. 만 41세인 올해도 32경기에서 191.2이닝을 소화하며 11승12패 평균자책점 3.71 탈삼진 143개로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마일스 마이콜라스(12승13패 3.29)와 원투펀치를 이뤄 세인트루이스의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9월 이후 6경기 2승3패 평균자책점 7.22로 막판에 부진했고, 포스트시즌 등판 순서가 밀렸다. 세인트루이스가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2연패로 업셋을 당하면서 웨인라이트의 시즌도 허무하게 끝났다. 1차전 호세 퀸타나, 2차전 마이콜라스에 이어 3차전 선발을 준비했지만 세인트루이스가 타선 침체 속에 무너지면서 웨인라이트에게 등판 기회가 오지 않았다. 3차전 선발로 밀린 것도 아쉬운데 등판마저 불발되니 찜찜하게 끝난 느낌이다.
웨인라이트는 "플레이오프에서 투구하지 않는 게 좋을 리 없다. 여기서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그동안 잘했으니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다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동기 부여로 삼는 것이다"고 말했다. 만약 웨인라이트가 현역 연장을 택한다면 가을야구 등판 불발이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팀 동료 마이콜라스는 "난 이미 웨인라이트에게 '내년 봄에 보자'고 말했다. 바라건대 코치가 아니라 선수로 보고 싶다. 그는 몰리나와 알버트 푸홀스처럼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100%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1년 더 함께하길 바란다"며 은퇴를 만류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올 시즌을 끝으로 레전드 몰리나와 푸홀스가 은퇴했다. 두 선수 모두 시즌 전 예고 은퇴를 했다. 웨인라이트는 "올 시즌 몰리나, 푸홀스와 함께 마법 같은 일이 많이 있었다. 두 선수와 함께해 정말 특별했다"며 "두 전설이 사라지는 것을 보니 슬프다. 몰리나와 같은 포수를, (푸홀스의) 700홈런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의 동료가 된 것은 내게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328경기에서 선발 배터리를 이룬 포수 몰리나가 은퇴하면서 웨인라이트도 같이 유니폼을 벗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타격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진 몰리나에 비해 웨인라이트는 아직 주축 선발투수로서 경쟁력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생각한 가을야구가 너무 짧게 끝나면서 아쉬움이 커진 웨인라이트가 은퇴 예상을 깨고 내년에도 마운드에 오를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