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 없었으면 지금 3위가 아니라 5위 싸움을 하고 있었겠죠?”
KT 이강철 감독은 지난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데뷔 첫 10승과 승률 1위를 동시에 달성한 엄상백(26)의 올 시즌 투구를 높게 평가했다.
지난 8일 광주 KIA전 승리를 끝으로 2022시즌을 마친 엄상백. 성공적인 전역 후 첫 풀타임 시즌이었다. 시즌 초반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투수로 활약하다가 배제성을 제치고 선발로 정착해 33경기 11승 2패 평균자책점 2.95의 커리어하이를 썼다. 9월 25일 NC전에서 데뷔 첫 10승, 10월 8일 KIA전에서 첫 선발 10승을 차례로 달성했고, 승률 .846를 기록하며 KBO리그 대표 에이스 김광현(.813·SSG)을 제치고 승률왕을 차지했다.
이 감독은 “KT에서 나온 첫 승률왕이 아닌가”라며 “엄상백 10승을 빼면 지금 우리 팀은 몇 등을 하고 있었을까. 대충 69승 정도 했을 것이니 3위가 아닌 5위 싸움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엄상백 덕분에 3위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올해 너무 잘해줬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엄상백은 덕수고를 나와 2015 신인드래프트서 KT 1차 지명된 특급 잠수함 유망주였다. 그러나 그를 향한 기대감은 애증으로 바뀌었다. 좋은 재능과 구위를 갖고도 늘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구단과 팬들의 신뢰에 보답하지 못했기 때문. KT 1군 진입 초창기 이른바 애증의 엄주곤(엄상백-주권-정성곤) 트리오의 엄이 바로 엄상백이었다.
엄상백은 군 입대를 커리어의 전환점으로 만들었다. 2019시즌을 마치고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2년 동안 퓨처스리그를 폭격했다. 첫해 남부리그서 10승 4패 평균자책점 1.68로 2관왕(다승, 평균자책점)을 차지한 뒤 작년 11경기 6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1.46으로 기세를 이었다. 피안타율이 .218에 불과했고, 사사구가 9개인 반면 탈삼진은 75개에 달하는 압도적 투구에 힘입어 ‘언터처블’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지난해 전역한 엄상백은 10경기 4승 1패 평균자책점 4.10으로 1군 무대 분위기를 익힌 뒤 올해 풀타임 첫 시즌을 맞아 KT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투수로 성장했다. 시즌 초반 부상 이탈한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더니 아예 선발로 정착해 10승 투수로 거듭나며 고영표, 소형준과 함께 막강 토종 트리오를 구축했다.
이 감독은 “전역 이후 투구가 많이 안정된 모습이다. 체인지업이 완벽하니 직구까지 위력을 갖춘다. 안정된 제구력에 던지는 체력도 좋다”라며 “결국 엄상백은 선발이 맞았다. 우리는 올해 좋은 선발 자원을 1명 얻었다”라고 뿌듯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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