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대 파열 이후 한 달 만에 복귀한 것도 놀라운데 연타석 대타 홈런을 치며 타격감까지 초고속으로 끌어올렸다.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올 법한 기적이다.
박병호는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 대타로 출전해 2점홈런을 신고했다.
박병호는 3-2로 근소하게 앞선 8회 2사 1루수 황재균의 대타로 타석을 밟았다. 이후 NC 송명기의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째 바깥쪽 직구(142km)를 제대로 받아쳐 달아나는 좌중월 2점홈런(비거리 120m)을 쏘아 올렸다. 승부의 쐐기를 박는 한방으로 시즌 35번째 홈런을 장식했다.
한 달 전만 해도 박병호의 홈런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달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주루 도중 우측 발목을 접질렸는데 검진 결과 우측 발목 앞뒤 인대 손상(파열)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문의는 수술이 아닌 약 4주간의 재활을 처방했지만 회복 후 훈련 기간까지 포함하면 복귀까지 한 달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최악의 경우 KT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야 복귀가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36세 베테랑의 재활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수술이 아닌 재활을 택하며 착실히 스케줄을 소화했고, 놀랍게도 지난 7일 광주 KIA전에서 1군 무대에 복귀해 8일 광주 KIA전과 이날 경기서 KBO리그 통산 7번째 연타석 대타 홈런을 쏘아 올렸다. KT의 준플레이오프 직행 도전 여정에서 나온 귀중한 두 방이었다.
경기 후 만난 박병호는 “내가 대타로 나가서 잘 친 게 아니다. 단순히 팀이 필요할 때 점수가 나온 것”이라며 “운이 좋았고 아무래도 대타라서 타이밍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는데 그 부분이 잘 맞아떨어졌다”라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초고속 복귀의 원동력으로는 구단 트레이닝파트의 전폭적인 지원을 꼽았다. 박병호는 “내 실수로 큰 부상을 당했고, 팀이 중요한 시기에 빠진다는 게 많이 미안했다. 그래서 무조건 재활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라며 “처음 다쳤을 때 구단에서 나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어떤 거라도 찾아서 지원을 해주셨다. 트레이닝파트에서 맨투맨으로 붙어서 많은 도움을 줬다. 매일매일 열심히 재활했다”라고 설명했다.
KT는 오는 11일 LG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준플레이오프 직행 확정을 노린다. 1승이면 3위가 되지만, 반대로 패하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가을을 출발해야 한다.
박병호는 “내가 언제 어떤 상황에 나갈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3회부터 계속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며 “내일도 오늘처럼 준비하겠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타석을 밟고 후회하면 안 되기 때문에 최대한 준비를 잘해서 집중력 있게 주어진 타석을 소화하겠다”라고 3위 확정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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