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투수가 심판에게 귀를 잡히는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우완 투수 조 머스그로브(30)가 돌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팀 승리를 이끌었다.
머스그로브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플러싱 시티필드에서 치러진 2022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3차전에 선발등판, 7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지면 끝나는 승자 독식 게임에서 역대 최초 7이닝 1피안타 이하 투구로 승리투수가 된 머스그로브의 호투에 힘입어 샌디에이고도 6-0으로 승리, 디비전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4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펼칠 정도로 머스그로브의 투구가 압도적이었다. 5회 선두 피트 알론소에게 맞은 안타가 유일한 피안타. 좀처럼 타선이 터지지 않아 메츠 벤츠가 움직였다. 6회 이닝 시작 전 벅 쇼월터 메츠 감독이 심판에게 머스그로브의 부정 투구를 어필했다. 이날 유난히 반짝인 머스그로브의 귀를 그 근거로 삼았다. 바셀린 같은 이물질을 사용한 것 아니냐고 어필을 한 것이다.
쇼월터 감독의 어필에 심판들이 마운드로 향했고, 머스그로브의 양쪽 귀를 만지며 확인했다. 경기 중 심판에게 귀를 잡힌 머스그로브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머스그로브는 '귀 검사'를 받는 중에도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있었지만 3루수 매니 마차도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확인 결과 심판들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냈고, 머스그로브는 투구를 이어갔다. 6회 1사 후 토마스 니도를 삼진 처리한 뒤 메츠의 1루 덕아웃을 바라보며 귀를 만지는 동작으로 응수했다. 메츠 홈 관중들이 '치터(사기꾼)'라는 구호를 외치며 머스그로브를 흔들려 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머스그로브는 7회까지 무실점으로 메츠 타선을 압도하며 관중들의 구호를 잠재웠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직후 머스그로브는 "메츠는 막다른 골목에서 절박했을 것이다. 나를 경기에서 빼내기 위한 마지막 시도를 한 것이다"며 "그것이 내게 약간의 동기 부여가 됐다. 화가 조금 났다"고 말했다. 이날 머스그로브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4마일로 시즌(92.9마일)보다 빨랐다. 패스트볼 분당 회전수(rpm)도 2667회로 시즌(2559회)보다 높았다.
쇼월터 메츠 감독은 어필 이유에 대해 "볼 회전이 평소와 달랐다. 그런 어필이 나를 어떻게 보이게 하든 매번 결과를 감수하고 할 것이다. 누군가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은 아니다"며 "우리 선수들과 메츠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 어필이 우리에겐 최선이었다. 어필을 한 데에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머스그로브가 부정 투구로 의심받는 것이 불편했던 모양. 그는 "머스그로브는 인격자다. 그의 인격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런 일을 당하는 것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 그는 내가 아는 어떤 선수보다 더 뛰어난 인격을 가졌다"고 말했다. 머스그로브는 샴페인 파티를 마친 뒤 "쇼월터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 양쪽 모두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 경기에서 쇼월터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것이다"며 이해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한편 머스그로브의 귀를 검사한 알폰소 마르케즈 심판은 "확인을 했지만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경기를 다시 진행했다"며 머스그로브에게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