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4일이다. 초저녁 잠실 구장이 술렁인다. 원정 팀 버스가 들어오자 팬들이 환호한다. 전날 확정된 1위의 기쁨이다. 홈 팀의 양해로 대관식도 열렸다. 랜더스의 정규리그 1위 시상식이다. 흰색 챔피언 셔츠를 입고, 기념 촬영을 한다. 정용진 구단주와 한유섬 주장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모자가 하늘을 수놓는다.
잠시 후. 플레이볼이 선언된다. 1위 팀의 142번째 경기다. 선발이 뜻밖이다. 에이스 KK다. 그러고 보니 걸린 게 많다. 1점대 평균자책점, 그리고 최연소 150승이다. SSG측이 이런 설명을 곁들였다. “당사자가 1점대 ERA에는 큰 미련을 두지 않는 눈치다. 안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 그런데 최연소 150승은 다르다. 큰 승부를 앞두고 팀 분위기에도 도움되는 효과를 낼 것이다.”
1회 초. 랜더스가 2점을 먼저 뽑았다. 순조로운 출발이다. KK는 우세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내리 3안타(정수빈-호미페-허경민)를 맞았다. 무사 만루로 몰린다. 흔들림이 역력하다. 평소답지 않게 밀어내기 볼넷(김재환)까지 준다. 그래도 곧 정신 차렸다. 병살타로 흐름을 잡아간다. 2-2에서 끊을 수 있다.
하지만 웬 걸. 계속된 2사 1루에서 결정타가 터진다. 강승호의 투런 홈런이다. 2-4로 승부가 바뀐다. 결국 최종 스코어는 2-5로 끝났다. 4개의 자책점, 1개의 패배가 KK의 기록에 추가됐다. 이로 인해 모든 계획이 헝클어졌다. 최연소 150승은 물론이다. 개인타이틀 주인이 2명이나 바뀐다. 평균자책점 1위가 김광현에서 안우진이 됐다. 승률 1위도 역시 김광현에서 엄상백으로 달라졌다.
한국야구위원회가 시상하는 개인 기록은 타자 8개, 투수 6개 부문이다. 9일 현재 정규시즌 경기가 2개 남았지만,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단연 돋보인 것은 이정후다. 5개 부문을 석권했다. 타율, 타점, 안타, 장타율, 출루율이 그의 차지다. 투수 부문은 안우진이 2관왕에 올랐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에서 톱을 찍었다. 그러니까 12개 부문 중에 절반이 넘는 7개를 키움이 가져가는 셈이다.
사실 우승팀에는 (기록으로 주는) 개인상 몇 개쯤 따라오기 마련이다. 누군가 뛰어난 선수가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다. 랜더스는 빈손이다.
그들이 어디 보통 1위인가. 40년 만에 처음 와이어 투 와이어를 달성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도 틈을 주지 않았다. 완벽한 레이스였다. 그럼에도 개인 타이틀 하나 가지지 못했다. 그건 무슨 말일까. 그만큼 그들의 성공에 더 많은, 더 깊은, 더 묵직한 메시지가 담겼다는 의미다.
바로 우승은 개인이 아니라, 팀이 하는 것이라는. (물론 KK에게는 안됐지만.)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