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40)는 KBO리그에서 레전드의 성적을 찍고 엄청난 발자취를 남기고 떠난다.
사실 이대호의 최전성기는 2012~2016년, 30대 초반의 나이였다. 최전성기를 구가할 시기에 이대호는 해외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2012년부터 2년 간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활약했고 2014~2015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었다. 4년 동안 일본프로야구에서 570경기 타율 2할9푼3리(2122타수 622안타) 98홈런 348타점 출루율 .370 장타율 .486 OPS .857의 기록을 남겼다.
리그를 완전히 지배했다고 보기는 힘들어도 리그 최정상급 타자의 위치에서 4년을 보냈다. 2012년과 2015년 퍼시픽리그 1루수 부문 베스트9에 선정됐다. 골든글러브 격의 수상을 한 셈. 그리고 2015년 소프트뱅크에서는 일본시리즈 MVP까지 차지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이뤘다.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도 도전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었는데 경쟁을 극복하고 메이저리그 계약까지 따내며 데뷔했다. 104경기 타율 2할5푼3리(292타수 74안타) 14홈런 49타점 출루율 .312 장타율 .428 OPS .740의 기록을 남겼다. 플래툰의 제약, 손목 부상 등으로 끝맺음이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시애틀 구단 신인 최초 대타 끝내기 홈런을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방인으로 5년을 보냈다. 그런데 이 5년 동안 팀의 중심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이대호는 외국인 선수라는 신분의 제약에도 ‘인싸’ 기질을 발휘하면서 중심에서 활약하고 리더 기질까지 선보였다.
지난 8일 이대호의 은퇴식에는 일본 언론들까지 찾았고 일본과 미국에서 활약하던 시절 선수들의 축전도 전달됐다. 이대호는 “시애틀에서 함께했던 아오키상이 꽃다발을 보내줬다. 너무 감사했다”라면서 “소프트뱅크 시절 동료였던 야나기타 유키, 마츠다 노부히로가 생각났다. 또 오늘 오릭스에서 뛰었던 일본 후배 2명이 직접 사직구장을 찾아줬다”라고 설명했다.
이대호가 언급한 아오키상은 일본 대표 외야수이자 ‘안타기계’ 아오키 노리치카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이치로도 못한 단일시즌 200안타 2회 기록을 최초로 달성했고 신인왕과 도루왕 등을 차지한 일본의 대표 외야수였다. 2016년 시애틀에서 함께한 것은 물론 밀워키, 캔다스시티,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토론토, 뉴욕 메츠 등에서 메이저리그에서도 6시즌을 활약했다.
야나기타도 일본프로야구에서 트리플 쓰리(3할 30홈런 30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 외야수였고 마츠다 역시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3루수이자 소프트뱅크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일본 팬들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의 연고지인 후쿠’오카 지역의 최대 언론 ‘니시닛폰 스포츠’ 기자의 질문에 “출근길에 소프트뱅크 시절부터 저를 응원해주셨던 일본 부부팬들을 만났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드렸다. 일본에서 4시즌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고 큰 사랑을 받고 떠날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전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은퇴식 행사에서도 해외무대 시절 함께했던 동료, 지도자들이 이대호의 은퇴 소식을 듣고 영상 축전을 보냈다. 오릭스 시절 이대호와 함께 중심타선을 구축했던 T-오카다가 등장해 “대호상 오랜만입니다. 22년 동안 수고 많으셨다. 몸을 푹 쉬시고 기회 된다면 일본에 꼭 한 번 놀러오세요”라고 했다.
아울러 소프트뱅크 시절 사령탑 쿠도 기미야스 감독과 동료 마쓰다는 어눌한 한국어지만 또박또박 발음을 하면서 이대호의 헌신과 활약을 언급했다.
시애틀 스캇 서비스 감독 역시 “이대호의 4월 초 끝내기 홈런이 우리의 첫 홈 승리를 이끌었고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축하하고 멋진 커리어를 쌓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애틀 시절 절친했던 동료 로빈슨 카노까지 등장해서 “너무 보고 싶다. 당신은 정말 훌륭한 선수였고 당신이 경기하는 것을 보고 즐거웠다. 같이 뛸 때 즐거운 시간이 많았다”라고 그리운 마음을 전달했다. 카노는 메이저리그에서 17시즌을 뛰며 2639안타 335홈런 1306타점을 기록했다. 약물 복용 전력이 있지만.
롯데에서 이대호는 팀의 중심이었고 덕아웃의 리더였다. 이대호가 만든 롯데의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대호는 해외 무대에서도 자신의 리더 기질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친화력으로 팀에 녹아들었고 빠른 적응력은 이대호가 외국 무대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22년의 현역 생활을 존중하고 제2의 인생을 응원해주는 평생의 인연들까지 얻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