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알버트 수아레즈는 올 시즌 승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잘 던지고도 타선이 침묵하거나 계투진이 흔들리는 바람에 승리를 놓친 적이 꽤 있었다. 올 시즌 11차례 블론 윈(불펜 투수가 선발 투수의 승리를 날린 경우)만 아니었다면 다승왕에 등극했을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덕아웃에서 쓰레기통을 걷어차거나 글러브 또는 물병을 집어던질 만도 하지만 단 한 번도 싫은 내색하지 않았다. 동료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수아레즈는 자신의 라커에 한글로 '미안하다고 하지마. 더 잘하자!'라고 쓰인 프린트를 붙여 놓았다. 미안해하는 마음 대신 팀 승리를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자는 의미다.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그는 "투수로서 준비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뒤를 돌아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하고자 한다. 나머지 부분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 등판할 때마다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하며 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아레즈는 1일 대구 두산전에서 6이닝 7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시즌 6승 요건을 채운 그는 3-1로 앞선 7회 교체됐다. 하지만 8회 계투진이 삐걱거리는 바람에 3-3 승부는 원점이 됐다.
삼성은 3-3으로 맞선 9회 2사 만루 찬스에서 강민호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4-3 승리를 장식했다.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수아레즈는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동료들과 끝내기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당시 박진만 감독 대행은 "수아레즈 선수가 좋은 피칭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아쉬운 상황에도 티내지 않고 좋은 벤치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동참해 주는 모습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에 수아레즈는 "팀이 이기면 좋은 거니까 좋은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고 씩 웃었다.
평균자책점 2.49로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1위에 오른 그는 내년에도 삼성과 함께 하길 바랐다. 한편 수아레즈는 오는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휴스턴으로 출국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