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이대호의 성대한 은퇴식이 끝날 때까지 옆 동네 창원에선 계속 야구를 했다. 순위가 다 결정된 팀들의 대결이었지만 나란히 10명씩, 총 20명의 투수들이 마운드에 오르며 4시간47분 마라톤 야구를 펼쳤다.
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NC의 시즌 마지막 대결. 한화는 시즌 마지막 경기였고, NC는 홈 최종전이었다. 일찌감치 3년 연속 10위로 꼴찌가 확정된 한화나 전날(7일) 5강 가능성이 소멸돼 최종 순위 6위가 정해진 NC 모두 순위 싸움에서 자유로운 경기였다.
양 팀 팬들을 빼곤 무관심에 가까웠던 이날 경기는 뜻밖에도 혈전으로 치러졌다. 한화는 구단 역대 최다패를 피해야 했고, NC도 홈 최종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했다. 오후 5시에 시작된 경기는 연장 12회를 꽉 채워 밤 9시47분에 끝났다. 부산에서 이대호의 은퇴식이 끝난 뒤에야 창원에서 손아섭의 끝내기 3루타가 터졌다. NC의 6-5 끝내기 승리. 4시간47분은 올 시즌 4번째로 긴 경기 시간이었다.
NC는 선발 이재학(3.1이닝)에 이어 신민혁(1.2이닝), 류진욱(0.2이닝), 김영규(0.1이닝), 임정호(0.2이닝), 김시훈(1.1이닝), 이용찬(1이닝), 조민석(0.1이닝), 하준영(1.1이닝), 송명기(1.1이닝)가 차례로 투입됐다. 6회 류진욱이 오른쪽 옆구리 근육 긴장 증세를 호소하며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돼 투수들을 더 많이 써야 했다. 마무리 이용찬이 1점 앞선 9회 2사 후 동점을 허용하며 연장으로 간 게 결정타.
한화도 선발 박준영(4.2이닝) 다음으로 이승관(0.1이닝), 김재영(1이닝), 정우람(1이닝), 김범수(0.1이닝), 윤산흠(0.2이닝), 장시환(1이닝), 강재민(1이닝), 주현상(1이닝), 윤대경(0.1이닝)이 이어 던졌다. 5실점한 박준영을 제외하고 8명의 구원투수들이 6.1이닝 무실점을 합작했지만 12회 마지막 이닝에 올라온 윤대경이 손아섭에게 끝내기 3루타를 맞으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양 팀 도합 무려 20명의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랐다.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투수 출장 타이 기록으로 지난 2020년 8월11일 고척 한화-키움전에 최초로 있었다. 당시에도 한화와 키움에서 나란히 10명씩, 총 20명의 투수들이 투입됐다. 당시 경기는 연장 12회 혈투 끝에 한화가 임종찬의 결승타로 7-5 승리를 거뒀다. 마지막 2이닝을 실점 없이 막은 윤대경이 감격의 데뷔 첫 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날은 한화가 패했고, 끝내기를 맞은 윤대경이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날 패배로 한화는 2020년 95패를 넘어 팀 역대 최다 96패 불명예로 시즌을 마쳤다. NC는 올해 창원NC파크에서 두 번째로 많이 들어온 1만2462명의 관중들 앞에서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