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는 현실이 됐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는 은퇴식 내내 펑펑 울면서 은퇴식을 마무리 했다. 등번흐 10번이 故 최동원의 옆에 걸리게 됐고 이대호는 이제 한 가정의 아버지로 돌아간다. 이제 롯데 자이언츠 선수가 아닌 롯데 팬 이대호로 돌아간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 은퇴경기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팀은 3-2로 승리했다. 이대호는 이렇게 자신의 화려했던 22년의 커리어를 모두 마감했다. KBO리그에서 17시즌, 일본에서 4시즌,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1시즌을 활약한 이대호의 화려한 커리어에 방점이 찍혔다.
은퇴경기가 끝난 뒤 은퇴식이 진행됐다. 그라운드 중앙에 세워진 단상 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선 이대호는 이대호의 은퇴를 아쉬워하고 제2의 인생을 응원하는 야구선수 선후배, 지도자, 그리고 해외무대에서 함께했던 동료들까지 등장해 영상편지를 했다. 추신수, 최준석, 오승환, 이우민, 정근우 등 1982년생 절친한 친구들이 먼저 등장했다. 이어 강민호, 김태군, 손아섭, 황재균 등 롯데에서 함께했던 후배들이 등장했다. 일본과 미국에서의 동료들까지 등장했다. 오릭스 시절 동료였던 T-오카다, 소프트뱅크 시절 사령탑이었던 쿠도 기미야스 감독, 그리고 마쓰다 노부히로, 로빈슨 카노와 시애틀 스캇 서비스 감독이 등장햇다. 또한 카림 가르시아,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등 롯데 시절 외국인 선수와 감독까지 나와 영상편지를 마무리 했다.
영상편지 이후에는 이날 깜짝 방문한 구단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나와 이대호에게 등번호 10번이 새겨진 영구별번 커플반지를 선물했다. 이대호도 답례로 1루수 사인 미트를 신동빈 회장에게 전달했다.
이후 이대호는 직접 쓴 은퇴사를 울먹이며 읽어나갔다. 그는 “사실 오늘이 제 3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었다. 기일에 은퇴를 해서 감회가 새롭고 많이 슬프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항상 덕아웃에서 보던 사직구장 풍경보다 더 멋있는 풍경은 없었을 것이다. 또 사직구장의 함성만큼 든든하고 힘이 나는 소리는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20년 동안 사직구장 덕아웃과 타석에서 그 모습을 보고 함성을 들은 이대호만큼 행복했던 사람은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에 대한 얘기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울먹이며 풀어나갔다. 그는 “사실 저는 부족한 선수였다. 눈을 감으면 제가 했던 실수들, 날려버린 기회들이 떠올라서 잠을 설치기도 한다. 하지만 팬 여러분은 제가 했던 두 번의 실수보다 제가 때려낸 한 번의 홈런을 기억해주시고 이번에는 꼭 해낼 것이라고 믿고 응원해주셨다. 그 순간만큼은 실수했던 기억들은 모두 잊고 잘했던 순간만 기억하고 자신있게 배트를 휘둘렀다. 그 이유는 팬들의 절대적인 응원 덕분이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뛰어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럼에도 팬들에게 죄송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주신 시간 동안 팬 분들과 제가 꿈꿨던 우승을 결국 이뤄드리지 못했다. 돌아보면 너무 아쉬운 순간과 너무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는데 팀의 중심에서 선수들을 이끌어가야 했던 제가 가장 부족했다. 후배들이 흔들릴 때 더 강하게 잡아주지 못했고 흥분할 때 더 편안하게 진정시키지 못했던 모두가 기대했던 순간에 해결하지 못했던 일들이 자주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라고 하지만 우리 롯데 자이언츠는 기회만 주어지고 경험이 쌓이면 몇배 더 뛰어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fkau "팬 여러분의 변치 않는 믿음을 보내주신다면 남아있는 동료들도 한 마음이 되어 포기하지 않고 어떠한 순간에도 1점을 더 내고 1점을 막아내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롯데의 3번째 우승도 머지 않은 날에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늘 저희 선수들을 지원하고 믿어주신 롯데 그룹과 자이언츠 관계자 여러분 께도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더 과감하게 지원해주시고 특히 성장하는 후배 선수들이 팀을 떠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잘 보살펴 주시기 바란다. 그래서 시간이 날수록 더 강해지는 롯데 자이언츠로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라고 끊임없이 믿음을 심어주기 바랐다.
뒤이어 이대호를 지도했던 감독들이 등장했다. 그는 “그리고 저에게 푸른 유니폼의 자부심을 가르쳐주셨던 최동원 선배님, 악바리 근성과 끈기를 가르쳐주셨던 박정태 조성환 선배님, 조선의 4번타자로 클 수 있도록 기회와 믿음을 주신 강병철, 우용득, 양상문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노피어 정신 심어주신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과 가족같은 분위기 형님같은 리더십을 보여준 조원우 감독님 허문회 감독님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대호는 “야구 선수가 될 수 있게 해준 친구 신수, 함께 고생하고 힘들었던 (이)우민이 (최)준석이 고맙다. 힘들게 땀흘리다 다른 팀으로 간 내 동생 (강)민호, 악바리 (손)아섭이, 오늘까지도 함께한 내 생애 마지막 캡틴 전준우, 이 순간에도 울면서 듣고 있을 정훈, 그 외에 많은 동료 후배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라면서 “남들처럼 여름에 해운대 해수욕장 못 데려가는 못난 아빠를 위해 늘 웃는 얼굴로 힘내라고 불러주는 예서와 예승이, 1년에 절반도 함께 못해주고 독박육아를 한 아내에게 고맙다. 하늘에 계신 사랑하는 할머니, 늘 걱정하셨던 손자 대호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받고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선수가 됐다. 오늘 많이 생각이 나고 보고싶습니다. 저는 이제 배트와 글러브 대신 맥주와 치킨을 들고 예서와 에승이를 데리고 야구장으로 오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였던 이대호는 내일부터 롯데 팬 이대호가 되겠습니다. 여러분 께서 조선의 4번타자라고 불러주셨던 롯데의 이대호, 타석에서 관중석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라며 은퇴사를 갈음했다.
이후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의 영구결번식이 진행됐다. 베일에 싸인 등번호 10번의 현판을 선수단이 함께 걷어 공개됐다. 이후 이대호는 롯데 선수단과 모두 포옹을 하며 후배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대호와 절친했던 정훈은 오열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대호 커리어 내내 응원가로 쓰였던 체리필터의 ‘오리날다’가 그라운드에 울려퍼졌는데, 체리필터가 직접 등장해 라이브로 이대호의 응원가를 부르고 이대호의 그라운드 투어, 이후 이대호의 헹가래로 모든 은퇴식이 끝났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