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미안했다".
역시 국민 4번타자였다. 돌아온 KT 위즈 4번타자 박병호(35)가 화끈한 홈런포로 팀에 귀중한 1승을 선사했다. 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대타로 등장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커다란 3점 홈런을 날렸다.
팀의 6-0 승리를 이끌며 3위를 지키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KT는 이날 두산을 꺾은 키움에 승률에 앞서 3위를 지켰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3위를 확정할 수 있다. 마지막 2경기를 앞두고 터진 박병호의 홈런은 더 의미가 각별했다.
박병호는 지난 9월10일 고척경기에서 주루도중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상을 당했다. 후반기 다소 주춤했지만 홈런 1위를 달리며 타선의 기둥 노릇을 하던 박병호의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모두들 시즌 아웃으로 생각했다.
박병호는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트레이닝 파트가 매달려 치료를 했다. 어느새 라이브배팅을 하더니 전날(7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복귀했다. 이강철 감독은 "시즌 아웃이라고 생각했는데 회복이 빠르다. 뛰는 것은 60%, 치는 것은 90% 된다. 대타로 대기한다"고 반겼다.
전날에는 0-4로 뒤진 7회 2사1,2루에서 대타로 나섰으나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오랜만에 나선 1군 경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민 4번타자는 달랐다. 두 번째 대타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0으로 앞선 8회초 알포드와 황재균이 볼넷을 얻어 1사1,2루 기회가 찾아왔다. 이강철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이 박병호를 대타로 냈다. 박병호는 김유신과 풀카운트 접전끝에 8구 바깥쪽 체인지업을 받아쳤다. 타구는 시원하게 밤하늘을 가르며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125m짜리 장쾌한 쐐기 스리런포였다.
31일만에 터진 시즌 34홈런이다. 홈런왕을 사실상 결정했다. 96타점까지 끌어올렸다.
경기후 박병호는 "달리기와 수비는 무리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타격말고는 크게 없다. 오늘도 한 타석 나가는 상황이었다. 어제도 오늘도 중요할 때 안타를 쳐야하는 것도 맞지만 투수를 상대해보는 게 중요했다. 다행히 결과도 잘 나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쳤을 때 내 잘못으로 인한 부상이었다. 팀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재활을 선택했다. 가을야구까지 한 달 시간 남았다. 해보고 안되면 포기하려고 했다. 타격이라도 도움되는 부분으로 재활했다.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많은 후배들이 기다렸다고 말을 했다. 재활 빨리 진행되어 기뻐해주었다. 더 미안했고 고마웠다. 대타로 나서지만 두 경기 최선 다하겠다. 순위 걸린 경기이다. 더 힘을 내고 활기차게 후회없이 했으면 좋겠다. 똘똘 뭉쳐야 한다"며 3위 수성에 강렬한 의지를 보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