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경남고 에이스 수식어를 받고 투수로 입단했던 이대호, 타자로 커리어를 꽃피웠던 이대호가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LG는 이에 화답해 40세이브 클로저 고우석을 타자로 냈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 그리고 은퇴경기에서 4번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그리고 8회초 시작과 동시에 마운드에 올라왔다.
2001년 입단 당시 ‘경남고 에이스’ 수식어를 받으며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 투수였던 이대호는 1군에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어깨 부상으로 타자로 전향했다. 그리고 타자로서 KBO리그의 전설과 같은 기록을 써 내려갔다. 경기 전 래리 서튼 감독은 “스페셜 이벤트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대호 역시 “21년 째 열심히 투수를 준비했다”라고 말하며 투수 등판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리고 7회말 타석이 끝난 뒤 이대호는 곧장 불펜으로 이동해 잠시 몸을 풀었고 8회초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라왔다. 사직구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이 나왔다. 그리고 LG 측에서도 이에 화답했다.
경기 전 류지현 감독은 “이대호가 투수로 정말 등판하냐”라고 취재진에게 반문한 뒤 “우리도 그에 맞게 화답을 하려고 하는데 이대호와 접점을 가진 선수들이 많이 없더라. 그래서 생각한 게 최고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내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대호 투수 등판시에 LG의 대답을 설명했다. 이날 고우석은 등판이 없는 휴식일이었다.
이대호가 불펜으로 이동하자 LG도 바빠졌다. 고우석이 타자로 몸을 풀었고 결국 타석에 섰다. ‘조선의 4번 타자’가 마운드에 있고 LG 최다 세이브 투수이자 올해 최고 클로저가 타석에 들어섰다. 공교롭게도 올해 이대호의 첫 은퇴투어였던 올스타전 맞대결이 투타가 바뀌어서 진행된 셈이었다.
이대호는 초구 127km의 패스트볼로 가볍게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고우석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구 째 129km 패스트볼은 파울로 걷어냈다. 3구 째 128km의 패스트볼은 볼이었다. 그리고 4구 째 이대호는 127km 패스트볼을 뿌렸다. 고우석은 제대로 반응했다. 인플레이 타구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대호 역시도 잽싸게 반응해 타구를 직접 처리했다.
이후 이대호와 고우석은 1루에서 만나 포옹을 하면서 이날 세기의 맞대결은 마무리 됐다. 이대호는 한 타자만 처리한 뒤 다시 1루수 자리로 돌아갔다. 공은 구승민에게 넘겼고 황성빈이 빠졌다. 롯데는 지명타자가 사라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