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우상, 누군가의 자극제…편견 이겨낸 '빅보이', 허전해질 존재감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10.08 11: 42

누군가의 우상이었고 누군가의 자극제였다. ‘빅보이’ 이대호(40)는 편견을 이겨내고 KBO 역사에서 선후배, 동료들에게 남다르게 다가올 존재감을 선보였다. 이제는 그 존재감이 그립고 허전할 순간이 왔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경기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은퇴경기, 그리고 은퇴식을 치른다.
프로 생활을 시작하고 이대호는 한국야구, KBO리그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전무후무 타격 7관왕, 9경기 연속 홈런 세계신기록, 한국인 최초 일본시리즈 MVP, KBO 출신 한국인 타자 한미일 최다안타(2907안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이대호의 업적은 무수히 열거할 수 있다.

OSEN DB

무엇보다 날렵하고 근육질로 무장한, 날렵한 운동신경을 가진 선수가 아닌, 다소 뚱뚱하고 거대한 체구로 이룩한 결과다. 빠른 발을 활용한 내야안타 없이 오로지 타격 능력만으로 이대호는 모든 업적을 만들어냈다.
이대호는 올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운동을 하면서 제 몸에 정말 감사하다. 저 같이 이렇게 큰 몸이 버텨주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라며 “정말 최선을 다해서 운동을 했고 다치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과 미국에도 갔다 왔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동안 내 몸이 고생을 정말 많이 했고 최선을 다했다. 후회는 없다. 몸을 만들고 운동하는 시간 자체가 행복했다”라며 “이제 1년 만 더 버텨줬으면 좋겠다”라면서 22년의 시간을 버텨준 자신의 큰 체격을 스스로 대견해 했다.
그만큼 이대호는 꾸준하고 화려하게, 임팩트를 남겼다. 올해 은퇴시즌임에도 타율 141경기 타율 3할3푼2리(536 178안타) 23홈런 100타점 OPS .882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타격 전부문에서 여전히 상위 10명 안에 드는 최고의 타자다.
OSEN DB
당연히 이런 이대호를 우상으로 삼았을 선수들이 많다. ‘포스트 이대호’라고 불리는 한동희는 물론 팀 내의 전준우, 정훈 등은 이대호를 믿고 따르면서 롯데를 이끌었다. 타 구단 선수들 역시도 이대호에 대한 애틋함을 숨기지 않았다.
KIA 최형우는 최근 중계방송 인터뷰 막바지에 자처해서 이대호의 얘기를 꺼냈다. 그는 “올해가 마지막이라서 아쉽다. 함께 야구한 15년의 기간 동안 항상 존경했다. 그동안 형님 같은 선수는 없었다. 너무 완벽한 선수였고 고생하셨다”라면서 ‘리스펙을 표현했다.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 롯데의 ‘노피어 야구’를 이끈 쌍두마차였던 삼성 강민호는 이대호라는 이름 석자에 말을 쉽게 잇지 못하며 울컥였다. 강민호 역시 최근 방송인터뷰에서 “(이)대호 형과 어렸을 때 많은 것을 배우면서 했다. 많이 힘들었을 때 참 많이 의지하고 대호 형 때문에 어떻게 프로에 적응하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지 많이 느꼈다”라면서 “떠난다니까 많이 아쉽기도 하지만 너무 멋있게 떠나서 후배로서 정말 기분 좋다. 박수 받으면서 떠나는 모습이 기분 좋은 것 같다. 야구에서 떠나지만 사회에서 영원한 형이다”라고 말했다.
OSEN DB
그리고 이대호라는 당대 최고의 선수를 따라잡기 위한 자극제로 여긴 선수도 있었다. 이대호, 강민호와 함께 역시 노피어의 대표주자였던 NC 손아섭이다. 손아섭은 최근 역대 2번째 7년 연속 150안타 기록을 달성한 뒤 “경기에 뛰고 싶은 욕심을 갖게 하고 어떤 투수가 나와도,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경기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선배”라면서 “야구하는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야구를 대하는 자세나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경기에 나가야 한다는 정신을 몸소 보여준 선배다. 그런 선배 밑에서 야구를 배웠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경기에 빠지지 않고 뛰는 야구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이대호라는 존재에 대해서 언급했다.
OSEN DB
이어 “고생 많으셨다고 말씀드렸고 대호 형도 고마웠다고 하시더라. 다른 구장의 은퇴투어를 영상으로 찾아봤는데 정말 멋있었다.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은퇴일 것 같다”라며 세월이 흐른 뒤 이대호처럼 현역생활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이제는 이대호가 야구 팬들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동료들과도 작별한다. 그 존재감을 허전하고 그리워할 사람들은 팬들 뿐만이 아니다. /jhrae@osen.co.kr
OSEN DB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