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특이한 것을 좋아하고, 튀는 것을 좋아해서..."
2023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우완 투수 김서현(18.서울고)은 톡톡 튀는 매력이 있다. 롤 모델 최동원을 따라 금테 안경을 쓴 것부터 1월1일생 절친을 위해 등번호 11번을 단 것까지 독특한 구석이 많다.
지난 6일 한화의 시즌 홈 최종전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은 김서현은 2023년 신인들과 합동 시구를 하며 팬들에 첫 인사했다. 이 자리에서 "영구 결번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화는 장종훈(35번), 정민철(23번), 송진우(21번), 김태균(52번) 등 4명의 레전드 선수들이 영구 결번 영예를 누렸다.
그런데 김서현이 가장 좋아하는 한화 선수는 영구 결번 투수 송진우도, 정민철도 아니었다. 그는 "구대성 선수가 좋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등번호 15번이 영구 결번되지 않은 구대성이지만 한화 팬들에겐 특별한 존재다. 지난 1999년 한화의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MVP가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구대성이었다.
김서현도 구대성처럼 한화 우승을 이끄는 마무리투수를 꿈꾼다. 보통 투수 유망주들은 선발 에이스를 꿈꾸지만 김서현은 경기를 끝내는 마무리에 더 매력을 느낀다. "팀이 승리할 때 뒤에서 확실하게 막아주는 불펜에 매력을 느낀다"는 김서현은 "중요할 때 연투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U-18 야구 월드컵에서 4연투를 소화하기도 했다.
라이벌 심준석(덕수고)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미국행을 결정한 반면 김서현은 일찌감치 KBO리그 진출을 목표로 선언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 자체를 차단할 만큼 단호했다. "(야구 월드컵으로) 이번에 갔다 오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미국은 저한테 안 맞는 게 많더라. (야구적인) 환경은 금방 적응했는데 시차 적응도 어렵고, 음식이 입에 너무 안 맞았다"는 게 김서현의 말.
이날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과도 첫 만남을 가졌다. 여기서도 김서현의 독특한 대답이 나왔다. "감독님이 영어로 말씀하셔서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통역을 해주셨는데 영어가 길게 느껴졌다. '와서 축하한다. 100% 기량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다"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수베로 감독은 김서현의 이런 남다른 기질을 이미 봤다. 야구 월드컵 한일전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일본 덕아웃을 향해 두 번이나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드는 모습을 중계로 봤다. 수베로 감독은 "일본 앞에서 주먹을 쥐는 모습, 그리고 상대가 못 봤을까봐 한 번 더 쥐는 모습을 봤다. 쇼맨십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김서현도 "특이한 것을 좋아하고, 튀는 것도 좋아한다"고 인정했다.
1년 먼저 입단한 파이어볼러 선배 문동주와도 이날 처음 마주했다. 김서현이 시구를 하고, 문동주가 시포를 하면서 '투샷'이 연출됐다. 그동안 SNS로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실제 얼굴을 마주한 건 이날이 처음. 길고 어두운 암흑기에서 건진 한화의 꿈과 희망이 바로 두 선수다. 김서현은 한화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우승하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도 우승이다"고 힘줘 말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