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커가고 기회 없을 것 같아 전반기 마치고 은퇴 결정
신인으로 개막전 4번타자 영광...작년 부상으로 주장 몫 못해 아쉬워
타이거즈 팬들 과분한 사랑 받아..끝까지 타이거즈 잊지 않을 것
"팬 물결을 떠올렸다".
KIA 타이거즈 베테랑 타자 나지완(38)이 프로 선수 생활을 마침표를 찍었다. 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은퇴식을 끝으로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한다. 매일 훈련장에 쏟았던 땀방울, 우승 끝내기 홈런을 치고 쏟아냈던 진한 눈물은 이제 영광의 추억으로 자리하게 됐다.
구단은 지난 2008년 입단해 15년 원클럽맨으로 뛰면서 타이거즈 최다 221홈런타자,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기적의 끝내기 홈런 등 두 번의 우승에 기여했던 공적을 높게 평가했다. '끝내주는 나지완, 타이거즈 홈런타자'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성대한 은퇴식을 마련했다.
나지완은 공식 은퇴행사에 앞서 취재진을 상대로 선수로서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데 붉게 물들인 머리로 나타났다. 팬들의 빨간 물결을 기억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어 지난 15년 간의 소회를 담담히 피력했다.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면서 감정이 복받쳐 울컥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은퇴 결정이 쉽지 안했을텐데.
▲전반기 끝나고 의사를 구단에 비쳤다. 경쟁력이 떨어져 기회가 안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빠른 결정이 구단에게도 좋다는 생각에 은퇴를 결심했다. 힘들게 시즈을 준비했고 은퇴 단어를 내비치기 힘들었다. 어린 선수들 발전하는 것 보면서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 눈치 보는게 싫었다. 가족들이 아파하는 모습이 상처였다. 빨리 지워주고 싶었다.
-가족들도 힘든 시간을 보냈을텐데.
▲4월 개막전 이후 2군에 내려가 너무 힘들었다. 너무 밝은 모습을 보였던 아내가 몇 시간 동안 울면서 그만하자고 했다. 가장으로 가슴이 찢어졌다. 아들이 아빠를 알아보는 순간이 늘어나는데 그라운드에 보여주고 싶었다. 한 번만 더해보자고 했는데 기회가 없었다. 전반기를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다. 은퇴를 결정하고 3개월 동안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프로 15년 동안 기뻤던 순간과 또 아쉬운 순간이 있다면.
▲아쉬웠던 순간은 작년 시즌 이었다. 주장을 하면서 좋은 역할을 하는게 컸는데 부상으로 5개월을 쉬었다. 몸이 말을 안들었다. 너무 너무 아까웠다. 데뷔 시즌이 가장 생각난다. 개막전 4번타자로 나선 것이 가문의 영광과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은퇴결정 후 스승이셨던 조범현 감독에게 전화드렸다. 맛있는 식사자리 하자며 격려해주었다.
-가장 고마웠던 이들을 떠올린다면.
▲조범현 감독님이 있고 또 한 분은 이순철 수석 코치님이다. 나의 인아웃 스윙을 만들도록 도와주신 분이다. 선동열 감독님도 감사하지만 무서워서 연락 못드렸다.(웃음) 너무너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은퇴식 끝나고 연락드리겠다.
-향후 진로를 정했는가.
▲나는 타이거즈 선수였다. 은퇴하면서 떠나는게 아니다. 첫 번째는 KIA 타이거즈이다. 마음속에 항상 담아놓고 있다.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 은퇴식 끝나고 구단과 함께 어떤 방향으로 갈지 잘 이야기하겠다. 지도자는 무조건 되어야 한다. 방송해설을 선택하더라도 타이거즈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머리를 빨갛게 물들인 이유는
▲KIA 팬들의 빨간 물결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물들였다. 타이거즈에서 나의 이름을 각인했다. 처음과 끝이 마무리 잘 됐다는 생각이나. 너무너무 행복하다. 추억속에 내 이름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 그 안에 내 이름 각인시켜주어 모든 이게게 감사하다. 뜻을 전하고 싶다.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
▲타이거즈에 입단해 나지완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팬들이 있어 지금까지 왔다. 과분한 사랑을 갚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행복하게 야구를 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어과분한 사랑을 받고 떠난다.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주셔서 고맙고 감사하다.(눈물)
-오늘 은퇴식에서 울 것 같다. 경기 출전도 예상하는가.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출전여부는 50대50이다. 처음에는 안나간다. 베팅게이지에서 열심히 몸 만들겠다. 집에서 떠날 때ㅔ 눈물 흘리지 않겠다고 자신했다. 경기장에서 내 현수막 보면서 울컥했다. 울지 않는다고 장담 못하겠다. 은퇴식이 좋은 행사라고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타이거즈 선수라면 팬들의 사랑과 과분함 잊지 말자. 후배들은 무궁무진한다. 내 홈런 기록을 깨주는 후배들이 나와 12번째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황)대인이가 나의 뒤를 이었으면 좋겠다. 나와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타이거즈 잘 이끌고 선후배와 관계 좋다.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