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를 구한 특급 투구였다.
KIA 좌완 김기훈(23)이 눈부신 호투로 팀을 와일드카드 결정전 문 앞에 이끌었다. 6일 LG 트윈스와 광주경기에서 0-2로 뒤진 2회말 2사후 구원에 나서 무실점 투구로 역전극의 발판을 놓았다. 팀은 박동원의 역전포로 4-3 승리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날 선발 임기영이 흔들렸다. 1회초 첫 타자 홍창기의 몸을 맞혔다. 박해민과 서건창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선제점을 쉽게 내주었다. 1사후에는 오지환에게 우전적시타를 맞았다. 후속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주도권을 내주는 뼈아픈 실점이었다.
패배하면 곧 추락인 KIA는 임기영을 조기에 내렸다. 2사후 홍창기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자 곧바로 김기훈을 마운드에 올렸다. 신의 한 수였다. 김기훈은 3회 2사1,2루 위기를 맞았지만 추가실점은 없었다. 5회까지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경기를 팽팽하게 끌고갔다. 선발투수에 버금가는 호투였다.
0-2로 뒤진 6회 마운드를 넘겼다. KIA는 6회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7회 채은성에게 솔로포를 맞고 2-3리드를 내주었으나 8회말 1사2루에서 박동원의 극적인 투런포로 4-3으로 승리했다. 8회초 1사1,2루 위기에 조기등판한 정해영이 아웃카운트 5개를 완벽하게 잡아준 것도 컸다.
역전 과정에서 김기훈의 호투는 특별했다. 2019년 온갖 찬사를 받으며 입단해 개막 선발진에 들었다. 그러나 제구난조에 빠지면 2년 동안 이렇다할 활약을 못했다. 상무에 입대해 2년 동안 갖은 노력 끝에 달라졌다. 투구밸런스도 잡고 구속도 다시 되찾았다. 완벽한 트랜스포머가 되어 돌아왔다.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방어율 1위의 실적을 올렸어도 복귀해 1군 무대에서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창원 NC전에서 강렬한 복귀쇼를 벌인 뒤 불펜의 기둥으로 활약했다. 첫 경기 1실점 이후 이날까지 5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로 핵심 노릇을 했다.
이날 승리로 KIA는 매직 넘버 1를 남겼다. 7~8일 KT와 마지막 2연전에서 1승을 거두면 자력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한다. 두 경기 모두 패하더라도 NC가 남은 3경기 가운데 1패를 하면 와카티켓 역시 KIA의 차지이다. 결정적으로 KIA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바꾼 것이다.
김종국 감독은 "오늘은 중간 계투진의 활약이 눈부셨다. 모든 투수들이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특히 김기훈이 긴 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내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며 특별한 박수를 보냈다. 군에서 돌아온 예비역 병장이 나라를, 아니 KIA를 구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