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대전 홈 마지막 경기 때마다 펼쳐지는 불꽃 축제. 올해는 밤 10시45분에야 시작됐다. 9시30분에 일찍 끝날 수 있었던 경기가 이렇게 길어진 건 한화의 어처구니없는 실책 때문이었다.
한화가 2-0으로 앞선 9회 1사 1루. 키움 김혜성의 땅볼 타구가 빠른 속도로 2루수 박정현에게 향했다. 4-6-3 병살 코스. 그대로 경기가 끝나야 할 상황에서 전혀 예상 못한 실책이 나왔다. 박정현이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하주석에게 토스를 했는데 그 공이 하주석의 글러브를 맞고 떨어진 것이다. 토스한 공의 높이나 강도가 적절했지만 타자 주자 김혜성의 빠른 발을 의식헀는지 하주석은 크게 어려울 게 없는 플레이 과정에서 실책을 저질렀다.
2-0 한화 승리로 일찌감치 경기가 끝나야 할 상황이 1사 1,2루 위기로 이어졌다. 임지열을 유격수 땅볼 처리했으나 김태진에게 볼넷을 내주며 이어진 2사 만루 위기. 송성문 타석에서 강재민의 3구째 공이 포수 최재훈의 미트를 맞고 옆으로 튀면서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다. 포수 패스트볼로 첫 실점. 송성문을 자동 고의4구로 보냈지만 이용규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을 하며 2-2 동점. 강재민의 시즌 5번째 블론세이브였다.
결정적인 실책은 9회에 나왔지만 그 이전에도 2개나 있었다. 1회 시작부터 키움 1번 김준완의 땅볼 타구를 잡은 하주석의 1루 송구가 낮게 들어가면서 노시환이 애매하게 잡았다. 기록은 송구 실책.
이어 3회에도 1사 2루에서 임지열의 중견수 깊은 뜬공 타구를 잡은 마이크 터크먼의 송구 실책이 나왔다. 중계 플레이에 나선 유격수 하주석이 터크먼의 송구를 뒤로 빠뜨린 사이 이정후가 3루로 진루했다. 타구가 잡힐 때 진루 의사가 크지 않았던 이정후였지만 실책으로 한 베이스를 공짜로 전진했다. 억울하게 실책을 기록한 터크먼은 허탈한 표정.
이날까지 한화는 올 시즌 143경기에서 팀 실책이 134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NC(124개)인데 한화보다 10개나 적다. 지난 1992년 쌍방울이 기록한 역대 한 시즌 최다 실책(135개)에도 1개 차이로 다가섰다. 당시 126경기 체제로 지금보다 18경기나 더 적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심각하다. 30년 전 팀과 비교해야 할 정도로 한화 수비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한화는 지난해에도 팀 실책이 최다 2위(120개)였지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내세운 파격 시프트로 수비 효율(DER)은 리그 2위(.691)였다. DER은 인플레이 타구의 아웃 처리 비율을 뜻한다. 그러나 올해는 최다 실책에 DER도 8위(.676)로 급락했다. 기본적으로 잡아야 할 타구도 못 잡는 수비력이니 시프트도 점점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