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 직행을 노리는 KT 위즈에 제구가 되는 155km 파이어볼러가 넝쿨째 굴러왔다. 입대 전 제구 난조로 고전했던 투수가 어떻게 전역 후 단숨에 필승조 한 자리를 꿰차게 된 것일까.
우완투수 김민(23)은 유신고를 나와 2018 1차 지명으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로 불렸던 2차 1라운드 1순위 강백호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1군 데뷔 후 잦은 기복 탓에 강속구와 예리한 변화구를 보유하고도 만족할만한 퍼포먼스를 선보이지 못했다. 김민은 3시즌 통산 60경기 13승 17패 1홀드 평균자책점 5.27을 남기고 2021년 3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김민은 입대 첫해 퓨처스리그서 27경기 1승 1패 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1.75로 비상했다. 지난해 7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야구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제구가 되는 최고 155km의 직구를 뿌리며 성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후 2년차인 올해 35경기 1승 1패 12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29를 남기고 9월 무사히 전역해 KT에 합류했다.
최근 수원에서 만난 김민은 “야구에 대한 진심, 소중함을 많이 느낀 시간이었다”라며 “우리는 군인이라 지면 안 됐다. 박치왕 상무 감독님이 매 경기 승리를 강조하셨다. 때문에 퓨처스리그였지만 항상 긴장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매 경기를 포스트시즌과 같은 긴장감으로 치르다보니 지금 1군 마운드에서 긴장하지 않고 공을 던질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지난 2년간 얻은 소득을 짚었다.
지난달 21일 전역한 김민은 이틀 뒤인 23일 이강철 감독의 부름을 받고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그리고 복귀전인 25일 창원 NC전에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필승조 자원으로 분류됐다. 이 감독은 “직구 구속이 빠르고 결정구가 있는 투수라 중요한 순간 기용할 수 있다. 2S까지만 가면 90% 이상 삼진이 가능하다”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이 감독은 지난달 29일 잠실 LG전에서 박영현이 승부처 채은성을 만나 스트라이크 2개를 잡자 곧바로 김민을 투입하는 과감한 용병술을 선보였다. 김민은 떨어지는 예리한 슬라이더로 채은성을 삼진 처리, 감독의 믿음에 부응. 그리고 그 경기서 2⅔이닝 무실점으로 복귀 후 첫 홀드까지 신고했다.
김민은 “사실 타자와의 승부 도중 마운드에 오를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일단 이 상황에 왜 올라가는지에 대해 캐치하려고 했다”라며 “첫 공은 무조건 슬라이더를 던진다고 생각했다. 다만 힘이 들어가서 원바운드가 됐는데 (김)준태 형이 잘 막아줬다. 타자도 팀배팅을 하고자 어떻게든 맞히려고 한 것 같은데 그러면서 헛스윙이 나온 것 같다”라고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입대 전과 비교해 가장 크게 바뀐 건 무엇일까. 김민은 “난 최대한 긴장하는 티를 내지 않고,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감독님께 벌벌 떠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싫다”라며 “입대 전에는 던지는 공마다 신경이 쓰이고 실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전역 후에는 편하게 내 공을 던진다. 감독님과 포수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 덕분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KT 팬들도 예전보다 너무 많아졌다”라고 신기해했다.
김민은 전역 후 4경기 동안 6⅔이닝 무실점의 안정감을 뽐내며 뒷문에서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는 치열한 3위 싸움의 원동력이자 더 나아가 한국시리즈 2연패 전망을 밝히는 요소다.
김민은 “솔직히 군에서는 복귀 후 1군 등록이 목표였다. 가을야구 엔트리 합류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라며 “만일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간다면 무조건 잘해야한다. (김)재윤이 형, (김)민수 형이 두 번 던질 거 한 번 던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형들의 부담을 더는 역할을 하겠다. 그리고 그 전에 꼭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도록 열심히 던지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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