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진짜 중간으로라도 던질 기회가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24)은 올해 열린 9개 구단 이대호(40) 은퇴투어에서 3차례 선발 등판했다. 댄 스트레일리와 함께 이대호 은퇴투어 전담 선발 투수와도 다름이 없었다. 8월 13일 광주 KIA전(4이닝 5실점), 9월 8일 대구 삼성전(7이닝 1실점), 9월 20일 대전 한화전(5⅓이닝 3실점)의 성적을 남겼고 팀은 2승1패를 기록했다.
나균안 스스로가 이대호 은퇴투어 경기 때 많이 등판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은퇴투어에서 3번이나 던졌다. 그때마다 떨려서 죽을 것 같았다"라고 미소를 지은 뒤 "은퇴투어 처음 등판할 때 딱 안좋았다. 그리고 나머지 2경기는 이겼다. 너무 떨렸다"라고 되돌아봤다.
은퇴투어 경기 전, 선물을 전달하고 양 팀 선수단이 모두 나와서 기념사진 촬영도 한다. 경쟁을 앞두고 화합의 장이 열리던 특별한 날이다. 그는 "색다른 느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이대호 은퇴투어는 마무리 됐고 오는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은퇴식이 예고되어 있다. 은퇴식 당일은 이미 만원관중을 예약한 상황. 만원관중의 특별한 느낌, 그리고 나균안이 데뷔한 뒤 의지했고 믿고 따랐던 대선배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하고 싶다.
나균안은 포수를 보던 지난 2018년,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올스타 홈런 레이스에서 배팅볼 투수로 나서 이대호의 우승을 도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선수단 단체 세리머니의 최초 제안자였다. 이대호가 과거 일본프로야구 시절 했던 홈런 세리머니에서 영감을 얻었다. 16년 차이 선후배지만 짧은 기간 적지 않은 추억들을 쌓았다.
사실 지난 3일 사직 두산전 선발 등판한 나균안이고 사실상 마지막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다.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선 4일 휴식을 취하고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해야 한다. 더 이상의 추가 등판은 없을 예정. 댄 스트레일리가 이대호 은퇴식 당일,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그럼에도 나균안은 "만약에 이대호 선배님의 은퇴식 날, 중간투수로라도 던질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면서 "딱 잘 던지고 덕아웃에 내려가서 대호 선배님에게 인사 한 번 드리고 싶다"라며 대선배의 마지막 날에 진심을 담아 예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만약 투수 내용이 부진할 수도 있다. 이에 나균안은 "그러기 전에 벤치에 미리 교체를 해달라고 사인을 보내야 할 것 같다"라고 웃었다. 그러나 예우의 마음은 진심이다. 올 시즌 그 누구보다 많이 던지고 고생했던 나균안, 이대호의 마지막을 함께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