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전광판에 어느 때보다 시선이 갈 것 같다. 입단 첫 해 최고 158km 강속구를 뿌린 슈퍼루키 문동주(19·한화)에 내년 데뷔를 앞두고 있는 고교 최대어 김서현(18·서울고)까지 꿈의 160km에 도전한다. 문동주가 신인 자격을 유지함에 따라 신인왕 집안 싸움까지 기대케 한다.
문동주는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3일 대전 SSG전에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정규시즌 우승 확정을 노린 SSG 상대로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8탈삼진 4실점(3자책) 위력투를 펼쳤다. 최고 157km, 평균 152km 강속구만큼 높은 타점에서 떨어지는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위력적이었다.
이날 문동주는 5이닝 80구로 마쳤다. 시즌 최종 성적은 13경기(28⅔이닝) 1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5.65 탈삼진 36개. 30이닝을 넘기지 않아 내년 시즌에도 신인 자격을 유지한다. KBO리그 신인상 자격 요건은 입단 5년 이내로 누적 기록이 투수는 30이닝, 타자는 60타석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이 부분을 감안해 문동주의 이닝을 관리했다.
시즌 전 내복사근 미세 손상으로 개막 합류가 불발되고, 5월 1군 데뷔 이후 한 달 만에 견갑하근 부분 파열 및 혈종 진단을 받아 두 달가량 휴식 및 재활을 거친 문동주는 1~2군 다 합쳐 20경기 42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 실전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최고 158km 강속구에 빠른 변화구 습득 능력으로 최고 유망주다운 잠재력을 보여줬다.
문동주는 “처음에는 경기를 많이 안 한 상태로 시작했고, 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지 못했다. 경기를 할수록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전에는 생각 없이 막 던졌다면 지금은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했으니 좋은 기억을 갖고 내년 시즌 준비를 잘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신인 자격 유지에 대해선 “올해 신인왕을 너무 많이 언급하면서 나도 모르게 의식했다. 내년에는 의식하지 않고 제 할 것만 하면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고 답했다.
문동주의 가장 강력한 신인왕 경쟁자는 같은 팀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은 우완 투수 김서현이 그 주인공이다. 광주 진흥고 2학년 때 포지션을 바꿔 투수 경력이 짧은 문동주에 비해 김서현은 자양중 시절부터 140km대 강속구로 주목을 받았다. 투수로서 경험이나 내구성이 조금 더 완성된 상태.
정민철 한화 단장도 지난달 드래프트를 마친 뒤 “문동주와 박준영이 중장기 플랜이었다면 김서현의 데뷔는 조금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S급 활약을 기대하는 건 모순이지만 불펜으로 당장 써도 될 기량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역전패가 유독 많았던 팀 사정을 고려하면 김서현이 내년부터 불펜으로 즉시 전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내년에는 160km 파이어볼러 듀오를 선발과 구원으로 한 경기에서 볼 수도 있다. 올해 최고 158km를 던진 문동주는 “(내년 구속 목표로) 160km 가겠다”고 팬들 앞에서 선언했다. 김서현도 지난달 U-18 야구 월드컵에서 중계 화면상 102마일(164km)을 던져 화제가 됐다. 대표팀 스피드건 기준으론 최고 156km. 두 투수 모두 꿈의 160km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길고 깊은 암흑기에 건진 광속 듀오가 한화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