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초의 일이 KBO리그에 일어났다. 삼성과 두산, 두 팀이 모두 없는 가을야구는 1996년 이후 무려 26년 만이다.
올 시즌 9위로 순위가 확정된 두산이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삼성도 지난 4일 가을야구 탈락 트래직 넘버가 지워졌다. ‘가을야구 단골 손님’ 두산과 삼성이 없는 포스트시즌이 열리게 된 것이다.
준플레이오프를 도입하며 현행 포스트시즌 제도가 시작된 1989년 이후로 삼성과 두산이 동시에 가을야구를 진출하지 못한 건 지난해까지 1994년과 1996년 두 번밖에 없었다. 1994년은 삼성이 5위, 두산 전신 OB가 7위였고, 1996년에는 삼성이 6위, OB가 8위로 암흑기였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삼성은 역대 최장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11~2014년에는 전무후무한 통합우승 4연패로 왕조 시대를 보냈다. 두산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역대 최장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위업을 이뤘다.
삼성과 두산은 1982년 원년 포함 역대 최다 5번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을 벌일 만큼 오랜 기간 KBO리그 대표 강팀으로 군림했다. 1989년 이후 34번의 시즌 중 가을야구 동반 탈락은 올해가 3번째로 확률상 8.8%에 불과한 일이 올해 나왔다. 그 사이 14번이나 가을야구에 동반 진출했다.
왕조 주역들이 매년 FA로 유출돼 전력이 약화된 두산은 화수분마저 메말라 급격하게 쇠락했다. 세대 교체 실패로 2016~2020년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하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로 반등했던 삼성도 1년 만에 구단 역대 13연패 충격 속에 하위권을 전전했다.
비록 25년 연속 이어진 삼성 또는 두산의 포스트시즌 공식이 깨졌지만 한국시리즈 공식은 계속 된다. 2000년대부터 강팀 반열에 오른 SSG가 KBO리그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 직행에 성공했다.
이로써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23년 연속으로 삼성, 두산, SSG 세 팀 중 최소 한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공식이 이어졌다. 이 기간 두산이 13번, 삼성이 11번, SSG가 전신 SK 시절 포함 9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삼성이 7번, 두산과 SSG가 4번으로 이 기간 총 15번의 우승을 나눠 가졌다.
삼성이나 두산 또는 SSG가 빠진 한국시리즈는 21세기에 한 번도 없다. 가장 마지막이 한화와 롯데가 맞붙었던 1999년 세기말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