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의 힘이었을까?
KIA 타이거즈 좌완 이의리(20)이 데뷔 첫 10승을 따냈다. 지난 4일 LG 트윈스와의 잠실경기에서 5이닝 6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이 화끈하게 터지며 8-2 승리를 거두었고 이의리가 승리 투수가 됐다. 2년만에 10승(10패) 고지를 밟은 것이다.
최대의 위기는 5회였다. 4-2로 앞선 가운데 1사 만루를 내주었다. 한 방이면 뒤집히는 위기상황이었다. 더욱이 잘치는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유격수 뜬공으로 잡고, 채은성의 땅볼을 3루수 류지혁이 잘 걷어내 한 숨을 돌렸다. 볼넷 3개로 무사 만루를 내주고 삼진 3개로 위기를 벗어난 창원 NC전(9월 24일) 같았다.
5회를 마치고 내려왔다. 최근 힘이 붙은 불펜투수들이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주었다. 타선도 터지면서 아홉수 없이 연승을 거두 열 번째 승리에 입맞춤했다. 더욱이 이날이 마지막 선발등판에서 거둔 짜릿한 승리였다. 시즌 성적은 29경기 10승10패, 154이닝, 평균자책점 3.86. 퀄리티스타트 12회를 작성했다.
경기당 이닝수가 6이닝에 미치지 못하는 점, 9이닝당 볼넷이 4개(4.3개)가 넘는 점은 숙제로 드러났다. 작년보다는 나아졌지만 기복은 여전했다. 그럼에도 152km짜리 강속구를 뿌리고, 커브까지 장착하면서 포피치의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2년만에 규정이닝을 채운 것도 대단하다.
작년 데뷔 시즌에는 19경기 94⅔이닝, 4승5패, ERA 3.61를 기록했다.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타이거즈 소속으로 20살에 선발 10승을 따낸 것은 2003년 김진우 이후 처음이다. 양현종도 3년차 21살때 처음으로 10승 고지를 넘었다. 상장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거둘 성과가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 10승 고지는 양현종 후계자의 대관식이었다.
특히 이의리의 첫 10승에는 선배 양현종의 존재도 컸다. 작년에 없었던 환경이 조성됐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1년 만에 복귀했다. 이의리에게는 스프링캠프부터 피와 살이되는 모범 교본이었다. 실제로 수시로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어떻게 등판을 준비하고, 한 시즌 체력 관리, 타자와의 승부요령, 구위가 안좋을 때 마운드 운영까지 배우는 것이 많았던 것이다.
양현종이 15년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얻은 셈이었다. 경기후 이의리는 “앞으로 착한 일을 많이 해야할 듯하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올해 기복이 많았다. 그래도 잘 던진 날에는 괜찮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야구는 혼자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선배님들에게 항상 고맙다”고 전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