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어린왕자’로 불렸던 김원형(50) SSG 랜더스 감독이 KBO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끈 감독이 됐다.
지난해 SSG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2년 차인 올해 KBO리그 최초 개막 10연승과 함께 선두 독주를 이끌었다. 마침내 많은 부담도 잠시 내려놓는다.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심호흡을 하고 차분하게 팀 전력을 살필 수 있게 됐다.
전반기에는 키움, 후반기에는 LG에 쫓기면서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을 비롯해 지도자들은 “지키는 게 더 힘들다. 심리적으로 많이 쫓긴다. 힘들 것이다”라고 공감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김원형 감독은 대전 한화 원정 경기를 앞두고 “KBO 역사상 최초로 1등을 놓치지 않고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기록이다 보니 8~9월로 오면서 선수들도 ‘여기서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한 마음이 컸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올해도 쉽지 않은 여정의 연속이었다. 김광현의 복귀로 강한 선발진을 꾸리고 ‘우승후보’로 거론됐지만 메이저리그 90승 경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투수 이반 노바를 방출했다. 시즌 전 구상했던 선발진이 틀어졌다.
하지만 김 감독은 최선의 선택을 찾았다. 항상 최선의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선발과 불펜에서 오원석과 이태양 활용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기회를 줬다. 그렇게 SSG 마운드는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타선에서도 문제는 있었다. 외인 타자 케빈 크론이 1루 수비는 리그 최고 수준이었지만, 방망이가 좋지 않았다. 결국 방출을 결정해야 했다. 당시 걱정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크론 대신 전의산이라는 미래의 거포 1루수를 확보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부터 유격수 박성한과 외야수 최지훈을 끝까지 믿었다. 그 결과 그들은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김 감독이 원성을 감당해야 했지만, 선수들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 김 감독의 믿음이 선수들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사실 이렇게 감독이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 때문이다. 김 감독은 2년 계약을 맺었다. 그 2년 동안 성적이 나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김 감독에게 주어진 조건은 사실 우승을 할 수 있는 틀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누구라도 그래서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을야구만 해도 성공일 것으로 보였다. 김광현이 돌아왔지만, 팀 주축 선발투수였던 박종훈과 문승원이 팔꿈치 수술로 없었다. 외국인 전력은 지난해 실패 경험이 있어 물음표였다. 게다가 김 감독이 믿고 돌릴 수 있는 필승조는 사실 없었다.
지도자들은 “3년 정도 평균을 내봐야 그 선수의 능력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검증되지 않은 자원들이 많았다. 빛을 보기 시작한 오원석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3년 정도 인정을 받은 선수가 적었다. 김 감독 말대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도전이었다.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했다. 또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기회를 줘야 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김 감독에게 2년은 짧았다. 구단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원을 했다. 노경은, 고효준 등 베테랑 투수들을 데려왔고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 등 기존 주축 투수, 타자들과 비(非) FA 다년계약을 체결해 전력을 안정화시켰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것은 김 감독의 몫이었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 확정 후 “랜더스의 우승은 구단, 선수단, 팬이 삼위일체가 되어 만들어낸 결과다”면서도 “개막전부터 1위를 지킨다는 게 선수단에 큰 도전이었다. 어려운 상황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선수들은 하나가 되어 이겨냈고, 경기장에서 열광적으로 응원해준 팬 분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전반기 막판, 후반기 돌입 후 각각 문승원과 박종훈이 돌아왔다. SSG 마운드는 더 짜임새를 갖추고 강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팀이 이기면 ‘선수 덕분’, 지면 ‘감독 탓’이 됐다.
그럼에도 정규시즌 우승 팀 감독이 됐다. 더구나 개막일부터 한 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끌었다. 이쯤이면 1위팀 감독을 믿어줄 필요도 있다. 한국시리즈 무대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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