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악몽같은 기억이 선명하다. 그 트라우마를 씻어버려야 할 때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다르빗슈 유(36)가 다시 한 번 가을 무대 마운드에서 에이스로 나선다.
다르빗슈는 4일(이하 한국시간), MLB 사무국이 선정하는 내셔널리그 9월 ‘이 달의 투수’ 주인공이 됐다. 시카고 컵스 시절이던 2020년 8월 이후 개인 두 번째 수상이다. 샌디에이고 투수로는 지난 2007년 제이크 피비 이후 처음.
다르빗슈는 9월 한 달간 6경기 5승1패 평균자책점 1.85(39이닝 8자책점), 44탈삼진 8볼넷 WHIP(이닝 당 출루 허용) 0.95 피안타율 1할6푼8리의 기록을 남겼다.
올해 다르빗슈는 30경기 16승8패 평균자책점 3.10(194⅔이닝 67자책점) 197탈삼진 WHIP 0.95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대부분의 지표가 20대 최전성기를 연상시켰다. 한때 ‘먹튀’ 꼬리표가 따라다녔지만 최고의 모습으로 회춘했다. 승리는 2012년 메이저리그 시즌 16승과 타이 기록이고 이닝도 2013년 209⅔이닝 이후 가장 많이 소화했다. 올해 꾸준하게 샌디에이고 마운드를 지켰고 에이스 역할을 했다.
이제 다르빗슈는 정규시즌 추가 등판 없이 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을 준비할 전망. 일단 샌디에이고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까지 와일드카드 티켓을 거머쥐면서 포스트시즌 진출팀은 모두 가려졌다.
필라델피아와의 와일드카드 최종 순위와 시드 배정이 관건이다. 만약 샌디에이고가 필라델피아와 최종 성적이 경우, 상대전적에서 순위를 가려서 시드가 나눠진다. 만약 성적이 같아진다면 올해 필라델피아 상대로 3승4패로 열세인 샌디에이고는 6번 시드를 받게 된다.
상대가 누구든, 다르빗슈는 와일드카드 1차전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된다. 사실 다르빗슈는 포스트시즌에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2012년 데뷔 시즌부터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지만 7경기 2승5패 평균자책점 5.18에 그쳤다.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 등판은 컵스 소속으로 지난 2020년 와일드카드 시리즈에 등판해 6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다. 최근 기억은 좋은 편.
하지만 다르빗슈의 2020년 포스트시즌을 기억하는 이들은 드물다. 앞선 기억과 악몽이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 다르빗슈는 지난 2017년 LA 다저스 소속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섰다. 다저스는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해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텍사스에서 다르빗슈를 데려왔다. 2017년 후반기 9경기 4승3패 평균자책점 3.44의 기록으로 남기며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를 준비했다. 애리조나와의 디비전시리즈 1경기(5이닝 1실점) 시카고 컵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1경기(6⅓이닝 1실점)에 나서 모두 승리를 이끌었다. 다저스 선택의 이유를 증명했다.
하지만 휴스턴과의 월드시리즈가 문제였다. 1승1패로 맞선 3차전 선발 등판한 다르빗슈는 1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4실점으로 조기 강판 당했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그래도 시리즈가 3승3패로 이어지면서 최종 7차전, 다르빗슈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하지만 이 기회마저도 날려버렸다. 다시 한 번 2회를 버티지 못하고 1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5실점(4자책점)으로 강판 당했다. 다르빗슈가 첫 2이닝에 준 5실점을 결국 극복하지 못한 채 다저스는 우승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다저스 팬들은 다르빗슈가 이후 시카고 컵스로 팀을 떠난 뒤에도 야유를 퍼부었다. 다르빗슈는 미움과 원망을 받았다.
물론 이후 휴스턴의 사인 스캔들이 밝혀지면서 2017년 우승의 정당성이 의심받았고 피해자 격이었던 다르빗슈를 향한 비난도 잠잠해졌지만 기록과 기억으로 남아있는 악몽은 어쩔 수 없다.
샌디에이고는 2020년 이후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다. 당시에는 코로나19 단축시즌으로 현재와 같은 체제가 아니었다. 선발진 중에서 포스트시즌 경험을 가진 투수가 그리 많지 않다. 다르빗슈 역시 명예회복이 필요할 터. 과연 다르빗슈는 9월의 기세를 이어서 10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