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차 최고참 이대호(40)는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서 찬란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또 쓸쓸하다. 이대호는 자신의 은퇴 시즌에도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가을야구와 고향팀에서 우승이라는 마지막 소원을 달성하지 못했다.
롯데는 지난 3일 사직 두산전에서 3-9로 완패를 당했다. 이로써 지난 2018년부터 5년 연속으로,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됐다. 이대호의 마지막 가을야구 염원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롯데가 가을야구에서 탈락하는 날에도 이대호는 외롭게 타선을 이끌었다. 이날 이대호는 추격하는 타점을 올렸고 뒤이어 투런포까지 쏘아 올렸다. 팀의 3득점을 모두 책임졌다. 이 3타점은 은퇴시즌 100타점이라는 이정표이기도 했다.
롯데의 올 시즌 경기 양상을 압축해 놓은 경기였다. 이대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동료 후배들의 지원이 부족했던 경기들이 더러 있었고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이대호의 존재감은 올해 유난히 더 또렷했다. 그러나 팀과 함께 더 높은 순위로 올라서지는 못했다.
포스트시즌이 좌절됐고 정규시즌 3경기가 남은 시점, 이대호의 기록은 모두 팀 내 최고다. 타율 3할3푼5리 178안타 23홈런 100타점 OPS .889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스포츠투아이 기준) 4.92 결승타 9개 등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팀 내 1위다. 은퇴를 앞둔 불혹의 타자가 여전히 팀 내 수위 타자라는 것은 이대호의 위대함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대호를 뒤따를만한 타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대호의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후반, 롯데 타선은 ‘이대호와 여덟 난장이’라고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데뷔 때부터 은퇴할 때까지, 이대호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이대호가 2011년 시즌을 끝으로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던 시기, 롯데는 4번 타자의 공백에 허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5년 동안 그 누구도 이대호의 빈 자리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고 2017년, 이대호가 롯데로 컴백하면서 그 공백을 채웠다. 이대호의 공백을 이대호로 채운 셈이었다.
이대호는 이승엽에 이어 두 번째로 KBO의 공식 은퇴투어 대상자가 됐고, 그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승엽도 하지 못했던 은퇴시즌 100타점 고지를 밟았고 한때 최고령 타격왕까지 도전하는 등 최고의 역량을 과시했다. 이대호의 나홀로 고군분투는 가을야구를 위함이었지만 결국 소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모두가 5강이 힘들다고 할 때도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말로 간절함을 드러냈다.
간절함의 기도는 기적까지 닿지 않았다. 이제는 찬란하게 빛나는 은퇴 시즌 이대호의 여정을 차분하게 지켜볼 일만 남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