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의 우승 축포가 대전에선 터지지 않았다. 허구연 KBO 총재도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대전을 찾았지만 한화가 모든 판을 엎으면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허락하지 않았다.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SSG의 정규시즌 우승 확정 가능성으로 관심을 모았다. 전날(2일) 2위 LG가 잠실 NC전을 패하면서 1위 SSG의 우승 매직넘버는 ‘1’로 줄었다. 3일 잠실 경기가 우천 취소됨에 따라 LG의 승패와 관계없이 SSG가 한화를 이겨야 이날 매직넘버가 지워지는 상황이 됐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분위기상 SSG가 대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을 확률이 높았다. SSG 구단 직원들부터 그룹 관계자들도 대전을 찾아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우승 기념 현수막과 티셔츠, 모자를 챙겨오며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우승 장면을 기대한 SSG 팬들도 3루 원정 관중석을 메우며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경기 전 김원형 SSG 감독은 “이겨서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하면 더 흥이 날 것 같다. KBO 역사상 최초로 (개막부터) 1등을 놓치지 않고 우승하는 게 쉽지 않다. 8~9월 고비가 오면서 선수들도 ‘여기서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한 마음이 컸다”고 돌아보면서 “이제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SSG의 우승이 유력해지자 허구연 KBO 총재도 시간을 쪼개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방문했다. 총재가 세리머니에 참석해 우승을 축하하고 자리를 빛내주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모든 판이 깔렸지만 야구가 그렇게 마음대로 되진 않았다.
1회초 한화 신인 선발 문동주를 맞아 무사 1,3루 찬스에서 선취점을 내지 못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기회를 날린 뒤 맞이한 1회말 선발 박종훈의 제구가 흔들렸다. 폭투로 선취점을 내주더니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했다. 한화 상대 16연승까지 했었던 천적이었지만 이날은 ⅔이닝 5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곧 이어진 2회 공격에서 SSG는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며 반격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재원이 문동주의 초구 직구에 어정쩡한 체크 스윙을 한 것이 2루 땅볼이 되며 병살타로 이어졌다. 만루에서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3회 최주환의 투런 홈런 포함 3점을 내면서 1점차로 따라붙었지만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최고 157km 강속구를 던진 문동주에 이어 6회부터 한화 불펜에 2안타로 막혔다. 혹시 모를 역전 상황을 대비해 허구연 총재도 9회 경기 끝까지 자리를 지켰지만 그라운드에 내려가지 않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4-7 패배와 함께 SSG의 우승 매직넘버도 ‘1’을 유지했다. 우승 기념품도 대전에선 열어보지 못한 채 다음 장소로 옮겨졌다. 어디서 개봉할지는 아직 모른다. 인천 홈경기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SSG는 5일 잠실 두산전, 6일 창원 NC전, 8일 대구 삼성전으로 원정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4일 SSG 경기가 없는 가운데 LG가 이날 잠실 KIA전에서 패하면 앉아서 우승 확정이다. 이 경우 5일 잠실구장에서 승패와 관계없이 우승 세리머니를 할 가능성이 높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