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1군 복귀전에서 당당한 모습과 뛰어난 구위로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벌써부터 내년이 기대된다.
올 해 퓨처스리그에서 줄곧 선발 투수 담금질을 받았던 LG 투수 김영준(23)은 첫 1군 마운드에 올라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김영준은 지난 2일 잠실 NC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류지현 감독은 “위기 관리, 구종 가치, 변화구 제구 등 모두 좋았다. 특히 마운드 위에서 모습이 제일 좋았다. ‘위풍당당’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내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다”고 칭찬했다.
하루 뒤 3일 잠실구장에서 김영준은 많은 취재진 숫자에 놀라며 전날 느꼈던 감흥과 마음에 담아뒀던 얘기를 했다.
류 감독이 인상 깊었던 마운드에서 당당한 모습 뒤에는 긴장도 많이 했다. 김영준은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에는 걱정도 많이 되고, 많이 떨렸다. 전날 밤 10시에 잘 준비를 했는데, 새벽 1시까지 잠이 안 왔다. 경기 전 불펜에서도 긴장됐다. 애국가 끝나고 팔 풀 때부터 긴장이 많이 완화됐다. 그냥 스트라이크 비율만 최대한 높게, 경기 운영을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직구 구속이 빠르지 않는데 위기마다 삼진으로 탈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김영준은 “결정구를 커브로 가져갔다. 허도환 선배님이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주셨고, 볼배합을 잘 해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변화구 제구력이 좋았다는 말에 그는 “제구는 진짜 없었다. 뭔가 고교 때는 힘으로도 되고, 제구력으로도 충분히 상대 했는데, 프로 관점이라 아마추어 관점은 완전 다르다. 프로 기준으로는 제구가 그렇게 좋은 투수는 아니었고, 구속과 구위는 조금 괜찮은 편이었다”며 “지금은 2군에서 김경태 코치님, 장준용 코치님 그리고 이종범 감독님께서 훈련을 잘 시켜주고, 또 멘탈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제구도 보완됐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변화구 구종을 더 추가했다. 김영준은 “변화구를 늘려서 타자를 최대한 혼란시키게 하고,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더 공격적으로 승부하게 했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 포크 4가지에서 커터, 체인지업, 투심까지도 던진다. 어제는 투심을 안 던졌지만. 체인지업, 커터가 다른 구종과 스피드 격차가 있어서 타자들에게 혼란을 준 것 같다”고 언급했다.
2018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김영준은 지난해 5월 군 복무를 마쳤고, 올해 2월 정식 선수로 등록되지 못하고 육성 선수 신분으로 2군에서 시작했다. LG는 선수들이 많아 군 제대한 김영준을 일단 육성 선수로 합류시켰다. 육성 선수 신분이라 1군 기회가 금방 오지는 않는 처지였다. 7월이 되어서야 정식 선수로 전환됐다.
김영준은 “딱히 그런 거는 생각하지 않았다. 육성 선수라 대충해도 된다 그런 생각은 없었다. 그냥 조금 속상한 정도였다. 처음에 (육성 선수) 얘기를 들었을 때는 멘탈도 살짝 흔들리기도 했다”며 “어차피 프로는 냉정한 곳이고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 더 준비를 열심히 하려고 했다. 더 악착같이 했다. 자극이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1차지명으로 입단했던 영광은 사라지고, 육성 선수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
김영준의 직구 구속은 올해 4~5월에는 더 빨랐는데, 지금은 140km 초반으로 줄었다. 전날 최고 구속은 143km, 평균 구속은 140km가 안 됐다. 김영준은 “프로 처음 왔을 때 는 148-49km까지 나왔고. 올 시즌 초에는 145~46km까지는 나왔다”고 말했다. 2군에서 풀타임 선발을 뛰면서 부상 보호를 위해 6월에 한동안 브레이크 타임을 가졌다. 그는 “구속이 떨어진 것은 의문이다. 코치님께서도 쉬고 나서 구속이 안 나온 것은 제가 처음이라며 의문이라고 하셨다”고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다.
류 감독은 내년 스프링캠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를 한다면, 구속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렵게 잡은 1군 무대에서 실력을 보여줬다. 김영준은 “항상 자신은 있었다.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1군에 한 번이라도 올라가는 것이 목표였다. 앞으로는 1군 선발 경쟁에서 열심히 해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영준은 선발 경쟁을 위해서 구속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160km 던지면 좋겠죠.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140km 중반까지만 올라와준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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