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신예 투수 김영준(23)이 4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라 인상적인 투구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영준은 2일 잠실 NC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동안 4피안타 4볼넷 1사구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김영준은 첫 해 1군에서 14경기에 출장해 2승 1패 평균자책 4.35를 기록했다. 이후 2군에서만 뛰었고, 군 복무 공백기도 있었다. 올 시즌 2군에서 선발 수업을 쌓다가 드디어 1군 기회를 받은 것. 2018년 10월 이후 첫 1군 등판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3일 잠실구장에서 김영준 질문이 나오자 밝은 표정으로 좋은 말을 쏟아냈다. 류 감독은 “위기 관리, 구종 가치, 변화구 제구 모두 좋았다”며 “제일 좋았던 것은 마운드 위에서 모습이었다. ‘위풍당당’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당당한 표정과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다”고 극찬했다.
류 감독은 전날 6회초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김영준을 맞이하러 직접 덕아웃 앞으로 나갔다. 이례적인 장면. 류 감독은 김영준과 악수하며 격려했다. 류 감독은 “1년 동안 2군에서 묵묵하게 노력했다는 것에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그런 의미로 봐 달라. 내년에 좋은 선발 투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영준은 류 감독과의 악수 상황을 묻자 “소름 돋았다. 놀랐다. 직접 축하해주시고 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류 감독을 가까이서 본 것도 오래만이다. 그는 “20~21살 때(신인~2년차) 마무리캠프 때나 훈련 때 잠깐 보고, (지난해 5월) 제대하고 인사드리면서 뵀다”며 류 감독이 공수교대 때 직접 악수까지 한 것에 감동을 받았다.
김영준은 6회 2사 3루에서 정진기를 삼진으로 잡고서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그는 격동적인 삼진 세리머니에 “4년이라면 누군가에게는 짧고 누군가에는 긴 시간일 것이다. 군대 갔다오고, 1년 동안 준비하면서 뭔가 쌓였던 것이 표출된 게 아닌가 싶다. 힘들었던 것도 있고, 좋았던 것도 있고, 준비해 온 것을 표출한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경기 후 주위에서 축하 문자, 연락을 많이 받았다. 김영준은 “어제 집에 가서 다시 경기 영상을 봤는데, 중계하시는 분이 ‘김영준의 야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고 말한 것에 가장 와 닿았다”고 말했다.
김영준의 직구 스피드는 최고 143km, 평균 140km가 되지 않았다. 류 감독은 “시즌 초반에 연승을 할 때는 구속도 더 나왔다고 하더라. 지난 6월에 이천에 가서 김영준도 보러 했으나, 당시 체력 안배와 부상 보호를 위해 브레이크 타임을 갖고 있었다. 체력적으로 떨어지고, 구속도 저하돼 계속 던지면 부상이 올 것 같아서 쉬게 했다고 하더라. 그 이후 구속이 조금 떨어졌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올 시즌 건강하게 잘 넘겼고, 내년에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제대로 준비하면 체력, 구위, 구속 모든 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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