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투수라도 가끔은 대량 실점으로 무너질 때가 있다. 올해 KBO리그 유일의 1점대(1.99) 평균자책점 투수인 김광현(SSG)도 4자책점 경기가 3번 있었다. 다승 1위(16승) 케이시 켈리(LG)도 최다 7자책점 포함 4자책점 이상 경기가 5번이나 된다.
KIA 외국인 투수 션 놀린(33)은 그런 점에서 꽤 특별한 투수다. 20경기에서 한 번도 4자책점 이상 내준 경기가 없다. 비자책점 포함 4실점 경기 두 번이 전부로 20경기 모두 3자책점 이하로 막았다.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된 것도 2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4월3일 광주 LG전에서 타구에 팔꿈치를 맞아 2⅓이닝 만에 갑작스럽게 교체됐고, 종아리 부상에서 돌아와 투구수 제한이 있었던 7월27일 광주 NC전(4이닝)을 제외한 나머지 18경기는 5이닝 이상 꾸준히 던졌다.
김종국 KIA 감독은 놀린에 대해 “전체적으로 커맨드가 안정적이다. 던질 수 있는 구종 전부 커맨드가 된다. 좌우 코너 활용을 잘하고, 커브도 좋다”면서 “요령이 참 좋다. 점수를 줄 때는 주지만 대량 실점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자기 능력과 기대치에 딱 맞게 잘한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의 칭찬대로 ‘무너지지 않는 투수’ 놀린이 5위 확정을 위해 안간힘 쓰는 KIA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놀린은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5이닝 3피안타 2볼넷 1사구 5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KIA의 10-1 완승을 이끌었다. KIA의 5위 확정 매직넘버는 ‘3’으로 줄었다.
이날 놀린은 2~3회를 제외한 나머지 3이닝 모두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특유의 위기관리능력로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1회 2사 2,3루에서 김인환을 몸쪽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4회 무사 1,2루에선 김인환과 박상언을 주무기 커브로 연속 삼진 요리했다.
5회 1사 1,2루에선 유상빈에게 3연속 직구로 루킹 삼진 돌려세웠다. 3회 유격수 박찬호의 다이빙 캐치와 4회 중견수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바스켓 캐치로 수비 도움까지 받았다. 놀린이 5이닝을 책임진 사이 타선이 폭발한 KIA는 10-1로 이겼고, 놀린은 시즌 7승(8패)째를 따냈다.
부상으로 두 달 넘게 공백기가 있었지만 20경기에서 117이닝을 소화한 놀린은 평균자책점 2.62를 기록 중이다.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38명 중 8위로 KIA 투수 중 1위다. 특히 후반기 12경기 5승3패 평균자책점 2.08로 이 부문 리그 전체 4위에 오르며 재계약 가능성도 한층 높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