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달라졌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KIA 타이거즈 좌완 김기훈(23)이 갈수록 매력 넘치는 투구를 하고 있다. 입대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지난 1일 선두 SSG와의 광주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쾌투를 펼쳤다. 0-2로 뒤진 가운데 6명의 타자를 순식간에 삭제하고 추격의 발판을 제공했다.
KIA 벤치는 선발 양현종을 5회를 마치고 내리고 김기훈을 기용했다. 91구를 던진 양현종을 무리 시키지 않았다. 이미 170이닝을 넘게 소화했기 때문에 최근 든든해진 불펜을 조기 가동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기훈의 구위를 믿었다. 김기훈은 완벽한 투구로 그 믿음에 100% 보답했다.
6회 첫 타자 김성현은 6구만에 2루수 뜬공으로 잡았고 김민식은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오태곤은 4구째 체인지업을 구사헤 헛스윙을 유도하고 가볍게 이닝을 마쳤다. 상위타선을 상대한 7회도 위력은 이어졌다. 까다로운 최지훈을 6구 슬라이더를 한복판에 집어넣어 루킹 삼진을 뽑아냈다. 홈런타자 최정은 6구만에 유격수 뜬공, 4번타자 한유섬은 6구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9월29일 롯데전에서도 볼넷을 내주고 만루위기를 초래했으나 두 타자를 범타로 요리하고 승리의 디딤돌 노릇을 했다. 복귀전이었던 23일 창원 NC전에서는 1사 만루에서 구원에 나서 150km짜리 강속구를 앞세워 연속 삼진을 잡는 괴력을 보였다. 강렬한 복귀전이었다.
이날까지 3경기에서 보여준 투구는 입대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제구를 위해 잃어버렸던 직구의 구속을 되찾았고,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의 구사력도 안정적이었다.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한 투구폼과 밸런스를 보여주며 제구도 확실히 안정감이 생겼다.
김기훈이 1~2이닝을 확실하게 삭제하면서 불펜의 힘이 그만큼 좋아졌다. 이준영 한 명이었던 좌완 옵션이 훨씬 강해졌다. 이날도 전상현이 8회를 막았고, 타선이 8회말 2점을 뽑아내 동점을 만들었다. 역전에는 실패했지만 강력한 불펜자원이 어떤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내는지 보여주었다.
가을 뿐만 아니라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와 희망도 더욱 커지게 됐다. 상무에서 꾸준히 선발수업을 받았다. 이미 내년의 강력한 선발투수 후보로 부상했다. 후배 이의리와 함께 양현종 후계자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김기훈의 투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생겼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