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승리의 표본과도 같은 선수다. 야구선수로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모두 극복하고 마운드 위에 섰고 야구선수의 훈장과도 같은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NC 다이노스 불펜 투수 원종현(35)은 지난 1일 잠실 LG전에서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12홀드 째를 기록했다. 그리고 통산 499경기 등판까지 마무리 지었다. 만약 1경기만 더 등판한다면 역대 50번째 통산 500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팀이 아직 6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핵심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는만큼 올 시즌 내에 500경기 등판은 문제가 없을 전망,
원종현의 프로 커리어는 역경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500경기 등판 기록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 있었다.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LG 트윈스에 지명됐다. 1년 유급을 하긴 했지만 류현진(한화)이 지명을 받았고 강정호, 민병헌, 김문호(이상 은퇴), 최주환(SSG), 차우찬(LG), 양의지(NC)이 동기생이다. 드래프트 이후 김현수(LG)가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문한 뒤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가 됐던 그 드래프트였다. 그만큼 각광받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LG에서는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2008년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해결한 뒤에는 팔꿈치가 아파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결국 2010시즌을 앞두고 방출 당했고 무적 신분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후 2011년 창단 트라이아웃을 실시하고 있던 NC에서 테스트를 받았고 육성선수로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결국 길었던 기다림 끝에 2014년 NC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에 데뷔했고 당시 김경문 감독의 중용을 받으며 73경기 5승3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06으로 데뷔 시즌에 연착륙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155km의 강속구를 뿌린 것은 원종현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5년 시즌을 앞두고 대장암이 발견돼 투병을 해야 했고 1년을 항암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방출과 수술, 그리고 암 투병까지. 커리어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의 순간들이 원종현에게 찾아왔다.
그럼에도 원종현은 병마와 싸워 이겨냈고 2016년 건강하게 돌아와서 54경기 3승3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3.18의 성적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암 투병 이후 더욱 쌩쌩해진 원종현은 매년 60경기 안팎을 출장하는 팀 내 최고 믿을맨이 됐다. 2018년 평균자책점 5.18로 다소 부침을 겪었지만 2019년부터는 마무리로 낙점을 받으며 31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리고 2020년 다시 한 번 30세이브를 따냈고 팀의 우승을 이끈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새출발을 할 수 있었던 NC에서, 창단 멤버이자 팀의 마무리 투수로서 우승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할 수 있었다.
다만, 꾸준히 노출했던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결국 FA로 이용찬이 영입되면서 마무리 투수 자리를 내주게 됐고 지난해 중순 이후부터는 불펜진의 일원으로 역할이 제한됐다.
올해는 다시 필승조 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다소 불안한 시기가 있었지만 3.08의 평균자책점, 1.14의 WHIP(이닝 당 출루 허용)은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나타내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기도 하는 원종현이다. 만 35세 이후 첫 FA를 취득하기 때문에 원종현의 FA 등급은 C등급이다. C등급 FA의 보상 규정은 A,B등급에 비해 문턱이 낮다. 보상선수는 없고 전년도 연봉의 150%에 해당하는 보상금이 책정되어 있다.
NC 입장에서는 젊은 투수진으로 불펜진을 재편하고 있지만 베테랑의 경험이 아직은 필요하다.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원종현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불펜 FA의 성공사례를 찾는 게 희박한 것이 사실이지만 원종현만큼 꾸준하게 나선 불펜 투수는 드물다. 불펜진이 헐거운 팀의 경우에는 보상이라는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인 채 영입한다면 충분히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