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유니폼 뒤에 적힌 이름보다 유니폼 앞에 적힌 팀명이 더 중요하다. 팀 스포츠에서 팀 퍼스트 정신이 최우선 돼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알버트 수아레즈는 지난 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 7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시즌 6승 요건을 채운 그는 3-1로 앞선 7회 우완 이승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하지만 8회 계투진이 삐걱거리는 바람에 3-3 승부는 원점이 됐다. 수아레즈는 올 시즌 11번째 블론 윈(불펜 투수가 선발 투수의 승리를 날린 경우)에 또 울었다. 그동안 쌓였던 분노를 표출할 만도 하지만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한 삼성팬은 수아레즈를 두고 "오승환이 돌부처가 아니라 진짜 부처는 따로 있다"고 표현하기도.
삼성은 3-3으로 맞선 9회 호세 피렐라의 우익수 방면 2루타, 오재일과 이원석의 자동 고의4구로 2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강민호는 두산 두 번째 투수 김강률을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다. 4-3 승리.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수아레즈는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동료들과 끝내기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선발승을 놓친 투수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팀 라이온즈를 강조하는 박진만 감독 대행과 포수 강민호는 수아레즈를 향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박진만 감독 대행은 "수아레즈 선수가 좋은 피칭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아쉬운 상황에도 티내지 않고 좋은 벤치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동참해 주는 모습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8회 동점 이후에도 집중력 잃지 않고 끈질긴 승부를 해준 타자들도 칭찬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진만 감독 대행은 "오늘 라팍에 오셔서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신 팬들 덕분에 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오는 8일(SSG 랜더스전)도 라팍을 많이 찾아오셔서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민호는 "수아레즈가 잘 던져줬는데 승리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자신의 승리가 날아갔는데도 티내지 않고 마운드를 지켜줘서 고맙고 또 미안하다. 자신의 승리보다 팀 승리에 더 기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훌륭한 마인드를 지닌 선수라 생각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