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며칠 전 펫코 파크(샌디에이고)다. 한국시간으로는 29일이다. 다저스와 파드리스가 접전을 벌였다. 연장 10회 말. 다저스가 1-0으로 앞섰다. 2사 1루. 아웃 하나면 퇴근이다.
긴박한 순간, 카메라는 덕아웃을 향한다. 데이브 로버츠와 클레이튼 커쇼의 투샷이다. 포커스는 왕년의 에이스에게 맞춰진다.
그 때였다. 심야에 어울릴(?) 애정씬이 등장한다. 가지고 놀던 공을 입으로 옮긴다. 그리고 한동안 입술과 공이 깊은 만남을 갖는다. 길고, 농도 짙은 테이크다. 자세히 보면 혀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 영상은 야구 기자 스테이시 휠러(Stacie Wheeler)가 트위터에 올리며 화제가 됐다. 다저스 소식을 다루는 커뮤니티 트루블루LA에서도 뜨거웠다. 휠러는 약간 선정적인 멘션을 달았다. ‘야구공을 애무하는 커쇼(Clayton Kershaw making out with a baseball)’였다.
댓글의 파티가 열렸다. ‘저게 명품 슬라이더의 비결’ ‘플레이 오브 더 게임’ ‘야구에 대한 찐사랑’ ‘저런, 혀까지…’ ‘애들이 봅니다. 방으로 가세요’ ‘엘렌(커쇼의 부인)이 질투할텐데’ 등등.
기발하고, 재치 넘친 리플들이다. 하지만 베스트 댓글은 따로 있다. 수백개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제쳤다. 서울발 작품이다. 리트윗 시간이 29일 오전 11시 3분이다. 계정의 주인은 야시엘 푸이그였다. 이런 멘션이 달렸다. ‘난 이해해(I understans this)’.
아무렴. 세상 모두가 이상하게 여길 지 모른다. 하지만 그만은 알 것이다. 도대체 왜 저러는 지 말이다. 그 공감에 모두가 공감한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이 소식을 다뤘다. ‘다저스 출신 푸이그가 커쇼 못지 않게 야구를 사랑한다.’ 이런 제목이었다.
시작은 2017년 이맘 때다.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다저스-D백스)였다. 결정적인 순간이 왔다. 타석에서 잠시 빠졌다. 숨을 고르며, 생각 시간을 가진다. 와중에 특이한 퍼포먼스가 등장한다. 혀를 낼름, 배트를 맛본다. 그리고 타이후안 워커의 9구째를 받아쳤다. 적시 2루타가 터졌다.
그 때부터다. 멋지다는 생각이었다. 남들이야 뭐라거나 말거나다. 자신만의 퍼포먼스가 됐다. 혀가 점점 길어지고, 낼름에서 길게 핥는 동작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파울을 몇 개 걷어내면서 승부가 길어지거나, 아까운 공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하게 됐다.”
수군거림이 들린다. 손가락질, 외면도 당했다. 하지만 스스로의 의식이다. 배트와의 교감인 셈이다. "지금 이 순간, 잘 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속삭인다. 그 친구(배트)가 내 말을 듣는다고 믿는다. 그럼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다." (야시엘 푸이그)
물론 멀쩡한 행동은 아니다. 주인공도 어린 선수들은 하지 말라고 말렸다. 그러나 마냥 눈살을 찌푸릴 수는 없다. 푸이그도 그렇고, 커쇼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부침을 겪었다. 이젠 몸부림 쳐도 쉽지 않다. 폭발적인 모습은 그리움으로 남는다. 그 아쉬움, 간절함의 시기에 생긴 ‘빠믈리에’, 그리고 ‘뽈믈리에’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