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10승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동점타를 맞았다. 아쉽게 마운드를 내려간 이인복(31·롯데)에게 남은 시즌 한 번 더 등판 기회가 주어질까.
이인복은 지난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9승째를 거둔 뒤 “전반기 8승을 하면서 10승을 기대하긴 했다. (허리) 부상을 당해 욕심을 내려놨지만 남은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10승 의지를 드러냈다. 그로부터 9일이 흘러 30일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화를 맞아 10승 도전에 나섰다.
어쩌면 시즌 마지막 등판이 될 수도 있는 경기. 이인복은 4⅔이닝 10피안타 1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1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2회 2실점이 전부. 4회 2사 만루에서 유상빈의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고승민에게 잡혀 한숨 돌렸지만 5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3-2로 앞선 5회 1사 후 마이크 터크먼과 김태연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사 1,3루 위기에 몰린 이인복. 김인환을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선발승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았다. 그러나 하주석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으면서 3-3 동점이 됐고,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총 투구수 75개. 구원 서준원이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내 이인복은 3실점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승리 요건은 채우지 못했다.
아쉽게 승리를 놓쳤지만 10승 기회가 또 한 번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 경기 전 서튼 감독은 이날 등판이 이인복의 시즌 마지막이라고 못박지 않았다. 롯데의 시즌이 4경기밖에 남지 않았지만 잔여 일정상 5일 창원 NC전과 8일 사직 LG전은 이인복의 선발등판이 가능하다. 팀 상황에 따라 구원등판 기회가 주어질 수 있어 이인복의 10승 가능성이 완전히 닫히진 않았다.
서울고-연세대 출신으로 지난 2014년 2차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이인복은 2019년까지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하지만 2020년 불펜투수로 1군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지난해 9월부터 선발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는 선발로 거의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다. 4월에 구원 2경기(1승1홀드) 등판이 있었지만 나머지 23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며 개인 최다 124⅔이닝을 소화했다. 평균자책점은 4.04.
지난 2020년 퓨처스 사령탑으로 롯데와 인연을 맺은 서튼 감독은 “내가 처음 봤을 때 이인복은 2군 불펜투수였지만 지금은 1군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주는 투수로 멋진 활약을 하고 있다. 스스로도 열심히 했지만 옆에서 코치들도 많이 도와줬다. 육성 프로그램이 성공한 사례”라며 “원래는 투피치 투수였지만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4가지 구종을 잘 던지는 투수가 됐다. 자신의 장점을 활용하는 볼 배합으로 영리함까지 갖췄다.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올해 이인복의 연봉은 8500만원이다. 만약 이인복에게 한 번 더 등판 기회가 주어지고 10승을 달성하면 14년 만에 진기록이 나올 수 있다. 나이 30대 이상, 연봉 1억원 미만 투수가 10승 이상 거둔 건 지난 2008년 삼성 정현욱(10승)이 마지막이다. 당시 정현욱은 만 30세로 연봉 6000만원이었다. 그해 선발 2승, 구원 8승으로 10승을 달성했다. 선발승 기준으로는 지난 2006년 현대 전준호(14승)가 마지막으로 당시 만 31세에 75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인복은 올해 선발 8승, 구원 1승으로 총 9승을 기록 중이다. /waw@osen.co.kr